뮤지컬 배우들로 구성된 감성보컬 여성트리오 ‘타우린’이 먹고 싶은 44가지 음식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는 가사로 독특한 재미를 주는 ‘위시 리스트’로 데뷔했다. 왼쪽부터 송상은, 정가희, 이다연.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현역 뮤지컬배우 걸그룹 ‘타우린’
배우 유준상, 직접 작곡·데뷔앨범 제작
뮤지컬 땐 “선배님” 타우린 땐 “대표님”
“뮤지컬 본업…요즘 투잡이 대세잖아요”
<타우린 :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사람과 포유동물의 주요 장기인 심장, 뇌, 간 등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뇌의 교감신경에 대해 억제작용을 나타내어 혈압의 안정화,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중략) ‘타우린 하면 박○스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피로 회복제의 주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타우린의 멤버들은 본업이 따로 있다. 세 사람 모두 현직 뮤지컬배우다. 데뷔 사연이 상당히 재미있다. 타우린의 뒤에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배우 유준상(45)이다. 타우린 데뷔앨범의 제작자이자 데뷔곡 ‘위시 리스트’의 작곡자이기도 하다. 유준상에 대한 멤버들의 호칭이 재미있다. 뮤지컬 작품을 할 때는 ‘선배님’이지만, 타우린으로 활동할 때는 꼬박꼬박 ‘대표님’이라는 극존칭을 쓴다.
“(다연) 작년에 대표님과 우리 모두 ‘그날들’이라는 뮤지컬 작품을 하고 있었다. 부산 지방공연을 갔는데 회식자리에서 ‘그날들’의 곡 중 하나를 우리 식대로 편곡해서 불렀다. 그걸 듣더니 대표님이 앨범을 내자고 하더라.”
“(상은) 장난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진지했다. 본인이 작곡한 곡들을 계속 가져왔다. 심지어 며칠 뒤에는 우리를 부르더니 10만원을 쥐어 주면서 ‘이게 계약금이다. 우린 끝까지 가는 거다’라고 했다.(웃음)”
- ‘위시 리스트’는 유준상이 직접 작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상은) 음식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 가사의 아이디어는 대표님이 냈다. 마지막에 가서 ‘다 먹고 싶다!’로 빵 터뜨리라고 했다. 음식이름은 우리가 머리를 짜냈지만, 이 ‘먹고 싶다’ 한 줄 덕에 ‘위시 리스트’는 유준상·타우린 공동작사가 됐다.”
- ‘타우린’에 대한 유준상의 애정이 유독 강한 것 같더라.
“(가희) 자작곡을 줄 때마다 ‘이 곡은 너희들만 부를 수 있도록 만든 거다. 다른 사람들이 못 따라 부르도록 해라’고 했다.”
“(상은) ‘강하게 키우겠다’면서 연습을 엄청 시켰다. 뮤지컬 ‘그날들’이 제주도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쫑파티를 했다. 다들 파티 분위기인데, 그 와중에도 우리만 쏙 불러내 연습을 시켰다. 대표님 숙소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새벽 3시까지 연습했다.”
“(가희) 지금은 당연하게 나오지만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순서가 많이 헷갈렸다.”
“(상은) 타우린의 앨범은 7월24일에 나왔지만 팀 결성은 작년 8월이다. 1년이나 불렀으니 이제는 자다가도 부를 수 있다. 녹음도 두세 시간 만에 끝냈다.”
- 타우린이 뜨면 뮤지컬 배우에서 가수로 전업하게 되는 건가.
“(가희) 우리 세 명 다 뮤지컬 배우가 주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렇고.”
“(상은) 요즘은 투잡, 쓰리잡 시대이지 않나. 배우와 그룹을 같이 할 수 있다고 본다.”
타우린은 ‘위시 리스트’에 이어 조만간 ‘타우린 탬버린’ 등 신곡을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뮤지컬 작품 출연도 예정되어 있다. 마지막 사족. 타우린의 ‘위시 리스트’는 아무래도 밤 10시 이후에는 청취 금지곡으로 정해야 할 것 같다. 한 밤중에 44개 음식, 그것도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여인들의 목소리로 듣는 야식의 유혹은 가히 ‘흉기’라 해도 무방하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