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잇따르자 입찰자 몰려… 소형 아파트 낙찰가율 90% 돌파
1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이 낙찰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돌쟁이 아이를 업고 남편과 함께 서 있던 주부 김모 씨(고양시 일산동구)는 “지금 전세 살고 있는 집 시세보다 싼 물건이 있어서 입찰에 참가했다”면서 “집을 살까 말까 몇 년을 고민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 시장의 움직임을 미리 반영하는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매법정에 입찰자들이 몰리고, 낙찰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85m² 이하) 경매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0%를 돌파했다. 비수기인 7월에 소형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07년 이후 7년 만이다.
7, 8월에 법원 경매에 사람들이 몰리고 낙찰가가 올라가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수기 경매의 입찰 열기가 부동산 시장의 향후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경매시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을 전후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줄곧 80%대 초중반에 머물던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달 말 87.0%까지 올랐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경매시장은 매매시장보다 규모가 작고 민감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며 “경매시장의 열기가 매매시장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물건은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다. 실수요자가 많고 환금성이 좋아 선호도가 높다. 7월 기준 85m²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0.3%로 지난해 연초 82.6%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로 올랐다.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14일 고양지원 경매에서 전용면적 84.4m²인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아파트는 감정가 2억2300만 원보다 높은 2억3110만 원(낙찰가율 103.6%)에 낙찰됐다. 그동안 소외돼 왔던 중대형 아파트의 낙찰가율도 덩달아 올라가는 추세다. 지난해 70%대에 머물러 있던 전국 중대형 아파트 낙찰가율은 올해 7월 말 84.1%로 올랐다.
전문가들이 보는 전망도 밝은 편이다.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이 부동산 개발업자, 중개업소 대표 등 지역별 부동산 시장 전문가 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도권 전문가의 78.1%는 향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 응답자 가운데는 42.9%가 상승세를 전망했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수도권에서 6.3%, 지방에서 2.0%에 불과했다.
다만 이런 지표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대세 상승으로 전환했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내수 회복, 가계소득 증가,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동산 경기가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다시 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성남=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김현진 기자
유태영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졸업
안지혜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