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교황, 왼손 가슴에 얹은채 “세월호 희생자 아픔, 마음 깊이 간직”

입력 | 2014-08-15 03:00:00

[한국에 온 교황]세월호 위로
걸음 멈춰 영접나온 유족 손 잡고 침울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위로




유족과 일일이 인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세월호 참사로 남편 정원재 씨를 잃은 김봉희 씨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있다. 교황은 영접 나온 4명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아픔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 영접단에 정부 관계자와 천주교 주교단 9명도 포함돼 있었지만, 교황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인사를 나눈 사람들은 바로 세월호 유가족이었다. 방한 기간 중 교황의 행보가 세월호 정국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교황은 비행기 트랩을 통해 걸어 내려와 박근혜 대통령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마중 나온 영접단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통역에 나선 정제천 신부가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이분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분들입니다”라고 말하자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던 교황의 얼굴이 금세 침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교황은 걸음을 멈춘 채 한참 동안 오른손으로 유족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왼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은 채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교황과 인사를 나눈 세월호 유족 박윤오 씨는 “아들의 죽음을 통해 교황을 뵙게 될지 몰랐다.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쪽에서 회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며 가슴 아픈 심정을 내비쳤다. 남편을 잃은 김봉희 씨는 “(사고 이후) 분노를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며 “교황께서 위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것이 진실 규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영접단 32명에는 세월호 유가족 외에도 새터민, 이주 노동자, 범죄 피해자 가족, 외국인 선교사, 순교자 후손 등이 포함됐다.

교황과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은 남은 방한 기간 중 두 차례 정도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끝낸 뒤 제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생존 학생들과 면담을 한다.


▼ 세월호 유족 “광화문 농성천막 일부 철거”  ▼

16일 시복식 최대한 협조 합의
15일 외부인 빠지고 최소한만 남아… 유가족 600명 시복미사 참석 예정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황이 직접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 6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4일 “유가족들이 16일 시복미사 준비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기로 준비위 측과 합의했다”며 “현재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이 16일 시복미사에 600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미사 전날인 15일에도 행사 준비를 위해 유가족 외의 인력은 모두 빠지고 최소한의 유가족만 남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설치된 천막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특위간사 황필규 변호사는 “현재 농성 천막이 설치된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유가족들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이샘물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