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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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 가용인원…1군 + 2군 중점 육성선수
탄탄한 2군 운영시스템…위기 때마다 대처
넥센 염경엽 감독(사진)은 ‘38’이라는 숫자를 머리에 새기고 시즌에 들어간다. ‘38’은 그해 염 감독이 1군에서 최소 1번 이상 쓰기로 생각한 최대선수 숫자다. 염 감독은 “가용인원이 38명을 넘어가면 내가 세워놓은 시즌 전 계획이 어딘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40인 엔트리와 같은 개념이다.
“선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감독들이 곧잘 눈에 띈다. 그러나 없는 가운데서도 상황을 타개하라고 감독이 있는 것이다. 넥센 구단과 염 감독이 짜놓은 2군 운영 시스템을 보면 선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키울 줄 모르는 일부 감독들의 ‘투정’이 옹색하게 여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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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1군 이외 선수들을 ‘중점 육성선수’, ‘미래 육성선수’, ‘운영선수’로 나눈다. 선수들도 자기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도록 공개한다. 중점 육성선수는 당장 1군에서 구멍이 생기면 바로 들어와서 메울 수 있는 즉시전력감을 의미한다. 미래 육성선수는 3년 안팎의 장기계획에 따라 군 입대까지 고려해 움직인다. 끝으로 운영선수는 이도저도 아닌 언제든 방출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운영선수로 지정된 선수는 스스로 분발해서 중점 육성선수가 되지 않는 한, 언제든 넥센에서 쫓겨날 수 있다.
1군선수와 중점 육성선수가 염 감독의 ‘38’명 리스트를 이룬다. 그런데 올해 염 감독은 38의 마지노선을 깼다. 넥센이 2위로서 잘 나가고 있지만 염 감독이 “늘 불안하다”고 경계하는 이유다. 38이 깨진 것은 토종선발들이 롱런하지 못한 탓이었다. 염 감독은 “시즌 전 설정한 토종선발들이 무너질 상황을 대비해 최대 9명의 대안을 준비해놨는데 다 써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끝까지 아끼려 했던 미래 육성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돌려 막기 덕분에 넥센이 취약한 선발진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다. 고비를 넘기자 선수들이 알아서 해주고 있다. 염 감독의 성공 비결은 ‘리스크 관리’에 있었다. 자원이 없다고 낙담하지 않고, 항상 최악을 대비한 습관의 결과다.
● 박병호는 박병호고, 서건창은 서건창이다
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1군에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 결함이 발생할지 모른다. 선발이 아쉬울 때, 불펜이 모자랄 때, 4번타자가 다칠 때, 수비수가 필요할 때 천차만별이다. 그런 모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2군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 염 감독의 ‘철학’이다.
그러려면 제2의 박병호가 될 재목, 제2의 서건창의 싹수를 보이는 선수를 맞춤형으로 육성해야 된다는 지론이다. 옛날 방식처럼 2군 데이터가 잠깐 좋다고 당장 끌어다 쓰는 주먹구구식 운용법으로는 준비가 안 된 채 1군에 올라온 선수만 망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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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