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프리 보카트와 로렌 바콜. 동아일보DB
그녀 하면 떠오르는 대사다. 담배 피는 모습이 고혹적이었던 미국 여배우, 로렌 바콜이 12일(현지 시간)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90세.
바콜은 1999년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미국영화사의 25대 여배우 중 20위에 올랐다. 2002년 영국 선데이익스프레스가 발표한 전 세계 300대 미녀 중엔 9위를 차지했다.
174cm의 늘씬한 키에 뇌쇄적 눈빛, 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그는 1940, 50년대 느와르 영화에서 팜 파탈 역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그와 남편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따라하려고 목을 혹사해 생기는 '보가트바콜 증후군'이란 병명이 생길 정도였다.
1957년 보가트가 암으로 사망한 뒤에는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 주력하며 토니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1961년 배우 제이슨 로바즈와 재혼했다가 1969년 결별한 뒤 할리우드로 복귀해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1974), '미저리'(1990) '패션쇼'(1994) 등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96년 영화 '로즈 앤 그레고리'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처음 올랐다. 2004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황야의 마녀 역 목소리 연기를 펼쳤고 2009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수상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