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순신이…’ 펴낸 김태훈 은행연합회 조사부장
최근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다룬 책을 펴낸 김태훈 전국은행연합회 기획조사부장이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난중일기’ 중)
고작 13척으로 133척에 이르는 왜군의 함대에 맞서야 하는 절망스러웠던 상황. 이순신 장군은 배 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개탄했다. 명량대첩을 불과 5일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성웅(聖雄)’으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 역시 전쟁이 주는 절망감에 괴로워하던 인간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평소 이순신 장군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김 부장은 2000년 어느 날 이순신에 대한 대부분의 책이 그를 완전무결한 ‘전쟁영웅’으로 묘사한 데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이렇게 완벽한 인간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 틈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 ‘선조실록’, ‘난중일기’ 등을 읽었다.
4년간의 공부 끝에 김 부장은 2004년 ‘이순신의 두 얼굴’이라는 책을 냈다. 하지만 인간 이순신을 100% 묘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 그는 10년을 더 이순신에 매달려 올해 6월 원고를 완성했고 지난달 730쪽에 이르는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김 부장은 이순신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은 맞지만 그 역시 고뇌하고 실수하던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장은 “이순신은 동료 장군인 원균과의 불화를 일기에 적으며 화를 삭이던 평범한 인간이었다”며 “전쟁 초기 일본군의 주둔지인 부산포 인근으로 병력을 옮겨 전쟁의 판도를 바꿀 기회를 놓치는 등 전술 역시 완전무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런 평범함을 이겨낸 인간 이순신의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순신은 동료와의 불화에 괴로워하고 부하들에 대한 불만도 많았던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진짜 리더였다는 설명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