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국내 최고액 추첨 행사 최근 불거진 ‘조작 사건’ 의식… 본점앞 거리서 외국인이 직접 뽑아 창원점서 응모한 고객에 행운… 세금 2억2000만원 빼고 지급
6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 1층 앞 특별행사장. 미국 뉴욕에서 온 관광객 앨리 크래비츠 씨(21·여)가 파란 셔츠를 입은 진행요원 2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앞이 보이지 않도록 검은색 안대를 한 채였다.
크래비츠 씨는 손바닥만 한 종잇장들이 발목 높이까지 차 있는 약 33m²(10평) 크기의 투명한 플라스틱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부스 한가운데로 이동해 조심스레 꼬깃꼬깃 접힌 종이 한 장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것을 전해 받은 사회자가 외쳤다.
“10억 원 경품의 주인공은…. 창원점에서 응모하신 박모 씨입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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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소비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이 6월 말 세일과 함께 준비한 것이다. 1등 당첨자가 받게 되는 당첨금(모두 상품권으로 지급)은 역대 최고인 10억 원. 2등(2명·각 1억 원)과 3등(5명·각 1000만 원) 등 당첨자에게 지급되는 액수를 모두 합하면 총 규모가 13억5000만 원에 이른다. 전국에서 무려 300만 명이 응모했다.
행사장에는 당첨을 기대하며 찾아온 고객들이 몰렸다. 권향숙 씨(55·여)는 이날 추첨 행사를 보기 위해 서울 노원구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려왔다고 했다. 권 씨는 “4등 당첨자 중 가족과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당첨금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1등 당첨자가 내야 하는 세금만도 2억2000만 원이나 된다. 일각에서는 “세금이 너무 많아 서민들은 경품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백화점 측은 추첨 당일 부랴부랴 세금을 제외하고 당첨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한 대형마트서 벌어진 경품추첨 조작 사건을 의식한 듯 ‘투명한 추첨’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1등 추첨자를 현장에 있는 외국인 고객 중에서 무작위로 고르고, 행사 장소도 일부러 사람이 많이 다니는 본점 앞거리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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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맹서현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