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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野… “권은희만 살고 모두 잃었다”

입력 | 2014-08-01 03:00:00

[재보선 이후/안철수-김한길 퇴진]새정치聯 ‘박영선 비대위’ 체제로






텅빈 새정치聯 당대표 회의실 7·30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31일 텅 빈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회의실을 한 국회 직원이 청소하고 있다. 선거 참패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직자 한 사람 없는 회의실은 무겁고 썰렁해 보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7·30 재·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동반 사퇴한 31일 새정치민주연합 곳곳에선 한숨만 터져나왔다. 충격, 허탈, 자성 등 여러 감정이 한데 뒤섞인 채 침통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대대적 환골탈태 안하면 희망 없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엔 자성의 글들만 올랐다. 매일 쟁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담은 수십 건의 글이 오르던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한 의원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재·보선 직전까지 김, 안 두 대표를 공격하던 강경파 의원들도 입을 닫았다.

두 대표의 동반 사퇴에 이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우원식 의원은 라디오에서 “‘공천하면 곤란하다’ 싶었던 권은희(의원)를 공천해 패했다”고 말했다. “권은희 하나 얻고 모두 다 잃었다”는 우회적인 지적이다. 경기 수원병(팔달)에서 고배를 마신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 선언까지 이어지자 몇몇 당직자는 “권은희가 여러 사람 날렸다”고 원망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대대적인 환골탈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승리는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많았다.

○ 조기 전당대회 언급 없어

재·보선 초반만 해도 패할 경우 김, 안 대표와 대척점에 있던 친노(친노무현)와 386, 정세균계 등 옛 주류가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조기 전당대회론이 즉각 공론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당권주자들은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을 보였다.

차기 당권을 준비해 온 정세균 의원은 박병석 김성곤 설훈 의원 등 계파 의원 10여 명과 조찬 회동을 했지만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 정도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말했다.

친노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이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문 의원 역시 움직일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노(서갑원)-친박(친박근혜·이정현)’ 대결 구도로 치러진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서 후보가 참패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서 후보 지원을 위해 상주했었던 만큼 ‘친노의 패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재·보선 15곳 중 8곳 이상을 이겨야 승리”라며 대대적인 책임론 제기를 예고했던 박지원 의원도 침묵했다. 구주류 중진들이 이처럼 조용한 배경엔 조기 전당대회를 하더라도 내년 3월 정기 전당대회와 시기적으로 가까워 실익이 별로 없는 데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 당 대표가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당권 경쟁은 언제든지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박영선 비대위 체제’ 순항할까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당을 추스르기로 했지만 과연 당 재건 작업을 누가 맡게 될지는 안갯속이다. 비대위원을 계파별로 어떻게 안배할 것인지가 1차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안 대표와 정치적 대립각을 세워온 친노, 강경파 의원들이 비대위에 대거 참여할 경우 비대위는 이들의 당권 탈환을 위한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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