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그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2012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서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혀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
그는 혁명조직(RO) 총책으로 대한민국을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혐의가 입증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하자 2012년 야당의 대선 후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반(反)민주적 폭거”라며 “종북몰이에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그를 사면 복권시킬 때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관여했다. 문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던 범죄 행위에 어떻게 대처했을지 알 수 없다. 헌법과 국법질서의 수호자로서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가로막는 것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이 의원에 대해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잘못을 뉘우친다면 실정법상 처벌과는 별개로 종교적인 자비를 베풀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과 RO 조직원들은 반성은커녕 “잘못한 게 뭐냐”는 식으로 도리어 대한민국의 국법 질서를 비웃고 있다. 더욱이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을 ‘심장의 조국’처럼 떠받들고 있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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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지난해 9월 구속된 뒤에도 자신의 죄목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법안을 비롯해 32건의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월평균 1000만 원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고, 보좌진과 의원 사무실도 유지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려 한 혐의로 1심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입법 과정에 버젓이 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반 공무원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중징계 의결 요구를 받으면 곧바로 직위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