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분당서울대병원] 세계 첫 차세대 시스템으로 의료계·IT업계서 큰 관심 ‘환자 여정 지도’로 한눈에 상태 파악 ‘표준 진료지침’으로 정보 누락·중복 오류 막아
분당서울대병원이 최근 스마트폰으로 처방을 조회하고, 침대에 누워 병원비를 정산하는 인공지능형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종이 등에 남기던 진료기록을 2003년 세계 최초로 100% 디지털로 바꿨다. 이 병원에서는 종이, 차트, 필름이 사라졌다.
2010년에는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 및 시스템학회(HIMSS) 애널리틱스에서 부여하는 의료정보화 단계 중 최고 수준인 7단계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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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입원 환자들은 고유 바코드가 담긴 전자태그를 손목에 찬다. 투약이나 주사, 검사 등을 할 때마다 의료진의 처방 바코드와 환자의 것이 일치하는지 전자장비로 체크한다. 일치하지 않을 때는 경고문이 뜬다. IT 기술이 의료 과실과 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보시스템, 인공지능형으로 진일보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2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새 시스템은 종이 차트를 전자 차트로 대체하는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시스템이 필요한 데이터를 판단하고, 환자에게 위해한 상황을 걸러서 막아주거나 알려주는 등 인공지능형으로 진일보했다.
차세대 시스템의 핵심은 환자의 복잡한 정보를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의료진의 빠른 의사 결정을 돕는 점이다. 이전 시스템에서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록을 봐야 했지만,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한 화면에서 이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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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은 ‘표준 진료지침’을 활성화해 의료서비스를 표준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던 진료를 표준화한 이 진료지침은 정보시스템이 개발된 이래 의료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키워드다.
예를 들어 흉강경 폐절제술을 받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입원한 순간부터 정보시스템에 있는 표준화 진료지침이 적용돼 날짜별로 진료 순서와 수술 및 치료 과정이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은 정보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며,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오류를 막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외래 환자에게 진료실 등의 동선과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안내해주는 스파트폰 애플리케이션 ‘베스트가이드’도 서비스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두면 환자가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님,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앱을 열면 진료가 예약된 곳의 위치를 알려주고, 간호사실에 접수하면 ‘접수 완료’라고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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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 10년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12일에 마련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국제 심포지엄에는 미국 의료정보경영학회를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개발단계에서 수출을 목표로 했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은 6월 29일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700억 원에 소프트웨어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첫 성과를 거뒀다.
분당서울대병원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인공지능형 시스템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큼 앞으로 의료계는 물론이고 정보기술 업계에서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