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판치는 얼치기 건강정보
회사원 류제철 씨(42)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본 ‘간 청소법’을 따라했다가 낭패를 봤다. 금식한 상태에서 올리브유와 오렌지주스를 혼합해 마시고, 다음 날 소금물을 마시면 간에 있는 담석과 노폐물이 변을 통해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위와 장이 약했던 류 씨는 이를 따라하다 며칠간 설사를 해 병원 신세를 졌다.
요즘 페이스북에선 일본 의사 곤도 마코토(近藤誠) 씨의 책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 인기다. 책엔 △암은 절제하지 않아야 낫고 △항암제는 대부분 효과가 없으며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특히 암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도발적인 주장도 있다. 이 글은 1만2000명이 ‘공유하기’를 눌렀다.
이처럼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의료·건강 관련 정보가 많이 올라온다. 트위터에서는 ‘붕붕드링크 봇’이라는 계정이 화제다. 이 계정에서는 각종 음료와 비타민제 등을 섞어 다양한 ‘에너지 드링크’를 만드는 법이 연이어 소개된다. 예컨대 레모나, 컨디션, 우루사 등을 섞어 만든 음료가 기력과 스태미나에 얼마나 좋은지를 ‘별 다섯 개’ 만점으로 평가한다. 이 페이지에는 트윗 2만6000여 건이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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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충북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SNS에서 유행하는 간 청소법으로 담석이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했다. 담석은 간이 아니라 담낭과 담도에 생기는데, 담도는 지름이 2mm도 안돼 담석이 대변으로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책 ‘…47가지 방법’에 대해 조경희 대한의학회 안전정보위원장은 “암을 절대 치료하지 말라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현대 과학의 성과를 무시한 주장”이라며 “환자마다 상태가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NS 정보가 인터넷 정보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지인이 올린 정보이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SNS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는 수용성이 강하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SNS에서도 의학정보에 대해 누리꾼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는 식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