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정치부 차장
노무현 전 대통령도 참 안돼 보여서 승리한 정치인이다. 부산 선거에서 세 번이나 실패한 아픔이 표심을 흔들었다. 측은지심은 선거가 끝나면 잠복하는 특성이 있다. 그가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보다 ‘어떻게 그렇게 말하나’라는 싸늘한 반응이 더 많았다. 국민은 불쌍한 후보에게 끌리지만 잘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 독특하다. 가여워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으니 말이다. “혈혈단신(孑孑單身) 대통령, 가엽지 않니.” 6·4지방선거 때 나이 든 부모로부터 이런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은 30∼50대 지인이 적지 않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의 대통령 지지도는 80∼90%대. 이 ‘가엽지 않니’ 표(票)가 여당의 참패를 막았다. 해외순방 비행기에서 홀로 내리는 대통령 모습마저 안쓰럽다. ‘가여운 대통령이 이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고 정성 어린 기도도 한다. 기자의 어머니도 그렇다. 그 기도가 그들에겐 애국이다. 어머니를 봐서 나도 기도 한번 하겠다. 효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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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크게 열어 널리 인재를 모으도록 도와주소서. 이 정부 인사(人事)는 임명 전에는 ‘누가 중용될지’ 알기 어렵고, 임명 뒤에는 ‘왜 중용됐는지’ 더 알기 어렵다. 비판하다가 지친 기자들에게서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수준이다. ‘이런 인물은 어떠냐’는 공개 천거 칼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선 캐치프레이즈 ‘준비된 여성 대통령’에서 지혜를 찾게 하소서. 세월호 참사로 ‘준비된 건 거의 없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은 살아 있다. 20∼40대 여성의 지지도가 계속 떨어진다. 그들은 ‘가엽지 않니’에 공감하지 않는다. 여성 대통령의 육아, 교육, 양성 평등 정책 등이 더 궁금하다. 그들에게 뭘 보여줬는가.
역시 기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기도가 비판이나 충고처럼 돼버렸다. 이 기도는 무시당해도 섭섭할 것 없다. 단, 대통령을 ‘가여운 딸’처럼 염려하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가 외면당해선 안 된다. 그 실망감, 배신감은 무엇보다 클 것이다.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했다는 소식(리얼미터의 30일 보도자료)이 들린다. ‘가엽지 않니’ 지지층의 안타까운 한숨이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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