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2010년 7월 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위업을 이루고 돌아온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했다. 역대 국내 사령탑 최고의 성적을 낸 상태라 유임이 유력했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설득도 있었지만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히고 홀연히 떠났다.
이때부터 한국 축구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국내 사령탑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해 의사를 타진했는데 모두 고사했다. 사실 허 감독의 뒤를 잇는 사령탑은 빛은 나지 않으면서 부담만 곱절인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아도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알려져 있는데 허 감독이 큰 업적을 이뤄 당시 차기 감독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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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결국 대안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딴 홍 감독에게 눈을 돌렸다. 이제 갓 꽃을 피운 홍 감독으로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로부터 받은 혜택을 감안해 고사할 수 없었다. 월드컵을 겨우 1년 남긴 시점이었다.
홍 감독의 도전은 결실 없이 끝났다. 그는 책임질 것이다. 그가 떠나면 4년간 대표팀 감독 4명이 바뀌게 된다. 대표팀 사령탑의 잦은 교체 원인에는 협회 내부의 얽히고설킨 이유로 선배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한 측면도 있다. 한국 축구의 인적 난맥상과 후진적 행정이 역대 최연소 사령탑인 홍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홍 감독의 책임을 축구 선배들도 통감해야 한다.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