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2017입시부터 전환 추진… 他과목 경쟁 부추길 우려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나오면서 현장에서는 급격한 제도 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는 고교생들의 모습. 동아일보DB
지난달 한국교육개발원은 두 차례에 걸쳐 수능 영어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기조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고려해야 할 점과 점수 체제 등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포럼 참석자들은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쉽게 출제하면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은 이번에 처음 논의되는 것이다. 대학 입시용 영어 시험을 절대평가로 하려던 시도는 이미 한 차례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하려다 무산된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이 절대평가 체제다.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6년부터 NEAT로 수능 영어를 대체하겠다면서, 사교육 부담이 없도록 4등급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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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능 체제에 따른 한계가 있다. 현행 수능은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선택과목 간 난도 차에 따른 유리함과 불리함을 보정하기 위한 장치다. 예외적으로 한국사만 원점수를 활용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쓰기로 했다. 이는 전 과목 선택형이 원칙인 수능 체제에서 한국사만 유일하게 필수과목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절대평가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영어를 선택과목으로 유지하면서 절대평가로 바꿔 쉽게 출제하면 다른 과목과의 형평성이 떨어져 수능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학습 부담을 늘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데 따른 사교육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수능 영어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당장 수험생들이 국어와 수학 등 다른 수능 주요 과목에서 경쟁이 붙어 사교육의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가뜩이나 내신 변별력이 없는데 수능 영어까지 변별력이 없어지면 상위권 대학들은 자연히 다른 형태의 영어 평가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영어 논술이나 본고사 같은 문제가 부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어 사교육비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영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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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때문에 교육부조차도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교육계에서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바뀌고 교육부 개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어 사교육 감소 정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시간을 충분히 두고 여러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입제도 개편이 현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청와대의 기조에 따라 졸속으로 밀어붙였던 NEAT는 400억 원 이상의 예산만 쓴 채 용두사미가 됐고 A, B형 선택형 수능은 도입 1년 만에 혼란만 남기고 폐기된 바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