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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압승 이유 ① 중도-보수성향 학부모의 변심

입력 | 2014-06-06 03:00:00

[6·4 선거 이후/진보교육감 압승 후폭풍]
자사고가 촉발한 ‘고입 경쟁’ 피로감… 2013년 추첨 입학案 번복에 또 실망
고교서열화-일반고 슬럼화 우려… ‘교육특구’ 송파-양천도 조희연 1위




진보 성향 교육감이 압승한 배경에는 기존에 중도 또는 보수 성향이던 학부모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한 것이 크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의 변심을 촉발한 최대 요인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꼽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된 자사고 정책으로 일반고 슬럼화가 심해지면서 진보 성향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의 학부모들까지 고교 서열화에 지쳐가는 추세였다. 과거에는 일부 학생만 외국어고나 과학고에 가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반면, 자사고가 생기면서 중위권 이상 학생들까지 고교 입시경쟁에 노출된 것.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정부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사고 선발권을 놓고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보인 것이 학부모들의 화를 키웠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평준화지역의 자사고는 2015년부터 성적이 아닌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국자사고연합회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는 등 자사고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금세 뒤집었다. 더구나 10월 나온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확정안은 서울 자사고에 면접권을 주어 오히려 학생 선발권을 강화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결정적인 판단 미스였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을 지우려고 서두르다 보니 자사고와 학부모 모두에게 불만스러운 결과로 이어져 화를 불렀다는 것.

결국 자사고를 둘러싼 중도, 보수층 학부모의 변심은 진보 성향 교육감 지지로 이어졌다. 이런 경향은 서울에서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지역의 표심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껏 강남 3구는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사고 폐지를 앞세운 조희연 당선자가 강남구(32%) 서초구(34.3%)에서 문용린 후보(강남구 40%, 서초구 37.3%)에게 크게 뒤지지 않았다. 송파구(37.9%)와 양천구(39.6%)에서는 조 당선자가 문 후보(송파구 34%, 양천구 30.7%)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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