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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변영욱]北이 세월호 보도하는 이유는

입력 | 2014-05-30 03:00:00


변영욱 사진부 차장

북한 노동신문은 세월호 참사 발생 사흘 뒤인 4월 19일 CBS와 MBC방송을 인용해 “학생들과 교원 등 470명이 타고 있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20여 일이 지난 이달 13일부터 사진을 늘려 매일 1∼8장씩 게재하고 있다.

사진은 해양경찰이 촬영한 세월호 침몰 순간,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 안산고교생들의 야간촛불집회,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등 다양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하는 합성사진도 찾아내 게재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인터넷 카페에 올라 있는, 출처와 제작자 불명의 이미지를 게재하면서 인터넷 언론이 보도했다고 과장하기도 한다. 작년에 벌어진 노동자 단체의 거리시위 장면을 끼워 넣기도 했다.

동아일보에 실린 이미지도 가져다 실었다. 본보는 4월 26일자 5면에 사고 당시 해경 헬기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해 객실에서 의자로 창문을 내리치는 학생의 모습을 보도한 적이 있는데, 노동신문 5월 14일자 화보에 실렸다.

북한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이달 13일 노동신문은 ‘어디가 락원이고 어디가 지옥인가’라는 글에서 “최근 준공한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가 북한 아이들의 궁전인데, 어찌해 내 조국의 절반 땅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생죽음을 당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남한 지옥, 북한 천국이라는 방식의 신문 편집을 애용했다. 거지의 모습이나 해외 입양아 사진을 북한 어린이 사진과 나란히 싣는 방식이었다. 소련이 미국과 체제 경쟁을 하면서 사용하던 편집 방식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거의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등장했다.

북한이 세월호 참사 사진을 처음으로 8장씩이나 게재한 13일, 북한에서도 아파트가 붕괴해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북한은 사고 닷새 만인 18일 노동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는 사진 서너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구급차와 소방차 소방본부 텐트가 한꺼번에 등장하고 수백 명의 주민 앞에서 당 간부가 머리 숙이는 모습까지 사진 한 장에 들어있다. 사고 사진을 찍어본 사진기자로서는 ‘압축적 연출’로 보인다.

북한 고위층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두 인물이 함께 있는 배지)가 지급된다. 오열하는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에는 그 배지가 달려 있지 않았다. 어쩌면 고위층이 아닌, 서민층 피해자가 꽤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는 재난이다. 하지만 노동신문 속 김정은은 계속 웃고 있다. 우리가 처한 국가적 재난과 비극은 자신들의 체제 선전에 악용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비극에는 희희낙락하다니…. 그가 진정한 통치자라면 웃음이 나올 수 있을까. 그가 북한 서민의 삶부터 챙겼으면 좋겠다. 우리의 과제는 우리에게 맡겨두고.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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