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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대희 인사 참사’ 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입력 | 2014-05-29 03:00:00


변호사 시절의 고액 수임료 논란에 휩싸였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사퇴했다. 과거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 검사’로 불렸던 안 후보자가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퇴장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안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부정부패와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는 관료사회 혁신의 사령탑으로 발탁한 회심의 카드였다. 그가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인사쇄신 구상이 흐트러지고 정부 조직개편과 관료사회 수술 등 국가개조 작업의 동력이 흔들릴 위기를 맞게 됐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5일 만에 낙마한 것도 로펌에서 근무한 7개월 동안 7억 원가량의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어느 때보다도 관료와 법조계의 유착과 전관예우 문제가 개혁대상으로 부각된 시점에서 총리 후보자의 거액 수임료 문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이 무겁다. 1차적으로 검증책임을 지고 있는 홍경식 민정수석비서관과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잘못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안 후보자의 거액 수임료를 몰랐다면 현 정부 출범 때부터 문제가 제기된 인사검증 시스템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는 얘기다. 대법관까지 지낸 안 후보자가 변호사 5개월 동안 16억 원 정도를 번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판단했을지 모른다. 법무부 장관 출신의 김기춘 실장과 고검장 출신의 홍 수석, 그리고 법조 출신 일색의 산하 비서관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집단사고(Group Think)’에 빠진 결과일 수 있다.

후보자 본인의 불찰도 작지 않다. 대법관을 그만두고 지난 대선 국면에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던 그가 공직에 미련이 있었다면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했어야 한다. 지금 드러난 흠결만으로도 총리 제의가 왔을 때 거부했어야 옳다. 그러지 못함으로써 ‘강골 검사’라고 자부하던 자신도 베이고 박근혜 정부에도 상처를 남겼다.

정권 초부터 인사문제로 삐거덕거린 박 대통령은 이번 인사 실패를 누구보다 뼈아프게 느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유독 법조인 출신들을 선호한다. 사회가 민주화 다양화하면서 각계에 인재가 폭넓게 양성됐는데도 박 대통령이 법조계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김기춘 비서실장 문책 불가피하다

안 후보자의 낙마는 정부를 변화시키기에 앞서 박 대통령 스스로 확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첩인사가 근본 원인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중요한 인사를 하기에 앞서 의견을 널리 구하고 여론의 검증을 받아보았더라면 PK(부산 경남) 편중이나 총리 후보자 낙마 같은 참혹한 인사 실패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실장을 비롯해 당장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 개편부터 필요하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새누리당 안에서까지 “대통령도 국민 앞에 사과를 한 마당에 어느 참모가 이번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 세월호 참사 수습에서부터 총리 후보자 낙마까지 일련의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 실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판이다.

국가 개조는 제도나 시스템의 변화는 물론이고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 같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국가개조의 거대 담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을 얻고 사회를 통합하는 인사를 해야 한다.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새 총리를 조속히 지명해야만 흐트러진 정국을 수습할 수 있다. 새로운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과의 인연이나 출신 직역 지역 성향을 떠나 폭넓은 인재 풀에서 골라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실수를 만회하고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후보자를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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