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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규호]냉난방용 전기 사용 30% 줄일 수 있다

입력 | 2014-05-23 03:00:00


박규호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세계적인 에너지 석학 대니얼 예긴은 가장 크게 성장이 기대되는 에너지로 전기를 꼽으며, 전기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세계경제 발전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기는 어떤 에너지와도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과 힘으로 세계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 왔다.

국내에서는 유독 이 전기를 많이 사용해 왔다. 우리의 전기 사용 편중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최근 수년간 너무 덥거나 추운 식으로 기후변화의 폭이 심하다 보니 국내 경제 발전보다 더 빠르게 전기 사용량이 늘어났다. 모터나 조명용으로 사용돼야 할 고급 에너지인 전기가 한여름 에어컨 냉방과 겨울철 비닐하우스 난방까지 도맡게 됐다.

냉난방에 필요한 열에너지는 1차 에너지인 석유나 석탄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2차 에너지인 전기의 전체 사용량 중 약 4분의 1을 냉난방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입하가 지나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있는 요즘 평일 최대 전력수요는 6200만 kW 수준이다. 전기 사용이 가장 많은 7, 8월에는 8000만 kW까지 치솟게 된다. 이 중 1800만 kW나 되는 전기가 냉방기기를 돌리는 데 소비된다. 원자력발전소 18곳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전력 소비와 관련해 우리는 최근 3년을 ‘전시(戰時)’ 상황으로 보냈다. 지난해 여름 국가적인 전력난이 초래되면서 산업체는 반강제적 절전에 들어갔고 공무원들은 문 열고 영업하는 가게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에너지 섬나라인 우리나라에서 한여름과 겨울철에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과도한 냉난방 수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전기는 석탄이나 석유를 보일러에 태워서 나오는 열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 100을 투입하면 60은 없어지고 40만 얻을 수 있다. 값싼 전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값비싼 에너지를 낭비하는 셈이다.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추산하고 있다.

전기 냉난방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수준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생각을 바꾸면 냉난방 사용량을 3분의 1은 줄일 수 있다.

가정에서는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에 한두 시간만 전기를 아껴 써도 요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산업체나 공장은 건물 냉난방 기기 원격관리시스템을 설치하면 설치비뿐만 아니라 제어 실적에 따른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심야전력기기도 보급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냉난방 수요를 30%만 줄여도 600만 kW를 확보할 수 있다. 한전에서 비상수급대책을 시작하는 450만 kW를 크게 웃도는 양이다.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창의적인 절전 노력으로 다시 한 번 전기가 우리 삶과 경제를 밝히는 창조의 빛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규호 한국전력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