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김충호-박정은씨 부부 ‘충정장학회’ 장학생-가족들과 30주년 기념식 1년에 2, 3명씩 지금껏 44명 도와줘
17일 강원 고성군에서 열린 충정장학회 30주년 기념식에 설립자 김충호 씨와 아내 박정은 씨 부부(앞줄 가운데)를 비롯해 장학생 33명과 가족들이 참석했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동아일보 1982년 10월 30일자 사회면 머리기사의 일부다. 당시 김 씨의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기사를 본 이규호 문교부 장관은 100만 원을 기탁했다. 특히 문교부는 충정장학회의 기금이 법정액수(5000만 원)에 모자랐지만 다음 해 10월까지 2000만 원을 더 마련하겠다는 공증을 받고 1982년 11월 재단 설립을 인가했다.
이렇게 시작된 충정장학회가 17일 오후 강원 고성군의 한 호텔에서 다소 늦은 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김충호 씨(77)와 아내 박정은 씨(73)를 비롯해 장학회 임원과 초청 인사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충정장학회로부터 도움을 받은 장학생 33명과 가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장학회의 종잣돈이 된 3000만 원은 김 씨가 17년 동안 구두쇠 소리를 들어가며 모은 돈이었다. 이후에도 김 씨는 자신의 땅과 약국 수익금을 출연하며 혼자 힘으로 재단을 이끌다시피 했다. 사회에 진출한 장학생들이 기금을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김 씨는 자신이 시작한 장학회는 자신의 힘으로 꾸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현재 장학회 기금은 1억5000만 원.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예년에 비해 금리는 떨어지고 대학 등록금은 올라 운용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2006∼2011년에는 장학생 선발이 중단되기도 했다.
김 씨는 “나는 양부의 도움으로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장학사업을 시작했고 양부가 뿌린 씨앗이 이제 44명의 결실이 되어 세상에 퍼져 나갔다.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힘닿는 데까지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장학회 설립의 계기가 된 양아버지 박태송 씨(1909∼1996)와의 만남은 59년 전 이뤄졌다. 1955년 3년 개근상과 우등상을 받고 양양중을 졸업한 김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업을 중단할 처지였다. 그러나 졸업식장에서 김 씨의 사연을 알게 된 지역 유지 박 씨의 도움으로 양양고와 동양의대(경희대 약대 전신)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충정장학회의 도움을 받은 장학생들은 김 씨 부부를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른다. 김 씨는 단순히 이들의 대학 등록금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 왔다. 졸업식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했고 이들의 결혼식 주례는 항상 김 씨의 몫이었다. 장학생들은 1999년부터 매년 김 씨 부부와 함께 수련회를 열고 명절 때는 김 씨를 찾아 인사를 드린다. 또한 이들은 ‘보은 대물림’을 준비하고 있다. 장학생 대부분이 이에 공감해 사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