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아트 바젤 홍콩’ 현장을 가다
‘아트 바젤 홍콩’은 참여 화랑 중 50%를 아태 지역에서 선정해 ‘아시아의 지역성’을 드러냈다. 올해는 처음으로 필름 섹션도 등장했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해마다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세계 최대의 미술품 장터를 주관하는 ‘아트 바젤’이 미국 마이애미에 이어 아시아에서까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3개 대륙의 행사를 총괄하는 마크 스피클러 디렉터는 “아시아에 국제적 화랑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글로벌 플랫폼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아트 바젤 홍콩’의 이름을 처음으로 내건 지난해 관객 수는 6만 명. 바젤의 네트워크와 기획력, 전문성에 힘입어 참여 화랑들의 질과 양, 전시부스 연출 등에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을 제치고 단숨에 아시아 아트 페어의 최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아트 바젤은 심사를 통해 참여 화랑을 선정한다. 올해 홍콩에는 39개국 24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 중 50%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한국에선 국제, 아라리오, 학고재, PKM 등 10곳이 포함됐는데 현대, 가나는 경매사와 연계돼 있어 배제됐다. 지금까지 바젤과 마이애미의 경우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탈락 화랑으로부터 ‘그들만의 잔치’라는 원성이 자자했는데 개최 도시의 특성을 감안해 홍콩에선 상대적으로 아시아의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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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 이세현 씨 등을 중심으로 부스를 구성한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2008년부터 참여했으나 ‘바젤’ 이름을 단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했다”며 “경제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마이애미를 능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시연 작가의 단독 전시를 꾸민 갤러리 엠 손성옥 대표는 “비용이 많이 들어도 세일즈 측면에서 가장 낫고 ‘바젤’ 브랜드로 갤러리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국내 화랑 중 유일하게 바젤, 마이애미, 홍콩에 참여하는 국제갤러리는 정상화 김홍석 함경아 양혜규 씨 등을 소개했다. 이현숙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단색화에 대한 해외 미술관과 컬렉터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반영하듯 프리뷰 때 정상화 작가의 그림 2점이 모두 나갔다”며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로 단색화가 자리 잡도록 꾸준히 조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트 바젤의 홍콩 진출로 아시아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이 등장한 것은 반갑지만 그 무대의 주도권은 서구 화랑들이 쥐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일본 도미오 고야마 갤러리의 도미오 고야마 대표는 “결국 아시아 시장을 빼앗아가는 측면이 있다. 서구 경매사와 화랑이 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해왔기에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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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낯으로 소개팅 나온 기분입니다” ▼
별도 기획전 ‘인카운터’전에 한국 유일 참여 이수경 작가
자신의 작품 ‘Thousand’ 앞에 선 이수경 작가는 “아시아인이 아시아를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국적 없는 노마드란 생각을 버리고 한국과 동아시아 미술을 제대로 알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이 씨는 이번 기획전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것을 “기쁘면서도 민낯으로 소개팅 나온 것 같다”고 말한다. 미술관에선 작업을 돋보이게 해주는 장치가 많은데 아트 페어에선 그야말로 작품의 ‘생얼’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
프리뷰 전날 밤늦도록 작품 설치에 매달렸던 그는 지친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깨진 조각을 금박으로 붙인 ‘번역된 도자기’와 다른 작업이다. 따로 배열해보니 파편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더라.” 사람의 몸이 우주의 먼지로 이뤄졌다는 기사를 읽은 뒤 우주와 지구의 전 생명체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통과 현대, 도자와 미술의 경계를 오가는 문화적 코드의 작업에서 인간의 근원과 보편적 문제를 성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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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