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비리를 수사하는 인천지검이 어제 채규정 전 전북부지사를 정치권 관련 인사 중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인 채 씨는 2001년 2월∼2006년 6월 전북 행정부지사와 익산시장을 지낸 뒤 2008년 청해진해운 관계사인 온지구 대표를 맡았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당 공천으로 익산시장에 당선됐고 이듬해 노무현 정부 출범 후에는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졌다.
채 씨가 익산시장에서 물러난 뒤 불과 1년여 후 ‘유병언 관계사’의 대표로 옮긴 것을 보면 공직에 있을 때부터 유 씨와 유착한 의혹이 짙다. 온지구는 채 씨가 대표로 취임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급금(先給金) 명목으로 수억 원을 외부로 지출했고, 채 씨에게도 억대 자금을 단기 대여했다. 검찰은 채 씨가 유 씨를 위해 비자금 조성에 가담하고 정관계(政官界) 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해진해운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유 씨 일가는 1997년 금융권에 2000억 원의 대규모 피해를 입히고 세모해운을 부도낸 지 불과 2년 뒤인 1999년 청해진해운을 설립했다. 이런 기업이 인천∼제주 여객선 운행을 독점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경영난으로 부도를 낸 부실 기업주가 2년 만에 회사 간판만 바꿔 달고 버젓이 영업을 재개해 채무를 탕감 받는 과정에 정관계 세력의 비호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 씨 일가의 재기는 사회 곳곳에 포진한 유력 인사들이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설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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