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함께 해운업계의 위험한 선박 운항 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 안전 점검을 업계 이익단체에 위탁하고, 해피아(해수부 또는 해경+마피아)들의 퇴직 후 일자리 창구로 이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안전 업무를 업계에 맡기고 관료 출신 관(官)피아를 내려보내는 곳은 해운업계뿐이 아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책임질 일인데도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다거나 단순한 일이라는 이유로 민간에 위탁한 사업이 170여 건, 3조 원 규모였다.
국방기술품질원이 군납제품의 품질 검증 업무를 민간에 맡긴 후 최근 전투기 부품 검사 결과가 위조되고 장병들이 먹는 음식 재료에서 발암물질 함량이 조작됐다. 전국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폐수를 처리하는 시설 관리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실제 업무는 대부분 입주 기업 협의체가 해 수질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다.
정부의 업무 중 특수한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나, 민간을 지원하는 일 등 업무 성격에 따라서는 민간에 위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상시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협회나 조합에 정부 업무의 일부를 맡긴 다음 관피아가 내려가 정부 감독의 날을 무디게 하는 역할을 하면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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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9일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안전이라든가 소비자 보호, 공정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좋은 규제는 반드시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협회, 업계의 관피아로 연결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