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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회장 10일밤 건강악화 급박했던 상황

입력 | 2014-05-12 03:00:00

밤 10시경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 자택근처 병원 찾아 심폐소생술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켰던 10일 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태는 조치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찔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을 평소 이용했던 이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가까이 있는 순천향대병원을 늦은 밤 급하게 찾았다는 것은 상황이 매우 긴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혈액 공급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오후 10시경 자택에서 호흡 곤란과 함께 가슴 등에 통증을 느낀 이 회장은 10시 55분경 순천향대병원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났고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다.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온몸의 혈액 순환이 중단된다. 의학 전문가들은 심장이 멈춘 뒤 4, 5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손상되고 소생 가능성도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회장 가족과 비서진이 자택 가까운 곳에 위치한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건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다. 처음부터 거리가 먼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면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PR를 하면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다. CPR를 하지 않거나 늦게 하면 심장 박동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의식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존하더라도 심한 뇌손상을 입게 된다. CPR를 통해 이 회장이 위험한 상황을 넘기자 순천향대병원에서는 기도 확장을 위해 기관지 삽관 시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상태가 다소 호전된 11일 0시 15분경 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이 회장은 오전 1시경 심장의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았다. 1초, 1분이 급박했던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오전 1, 2시경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과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질 때 하는 ‘체외막산소화 장치(ECMO·에크모)’ 시술을 받고 있다. 에크모는 환자의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장비로 정맥에서 혈액을 체외로 빼낸 뒤 동맥혈로 바꿔 환자에게 주입한다.

삼성은 이 회장이 약물 및 수액 치료와 함께 ‘저체온 치료’를 받으며 깊은 수면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저체온 치료는 인체 조직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가 혈류 공급이 재개될 때 해로운 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줄여준다. 24시간 저체온 치료 뒤 정상 체온을 회복하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입원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초기 응급치료와 각종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자가 호흡이 돌아왔고 회복 중이라 에크모도 곧 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우려되는 뇌손상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초기 조치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잘한 덕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이 고령이고, 과거 폐 림프암을 앓았기 때문에 정확한 예후는 다소 시간이 지나야 파악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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