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생존비법은 ‘남 다른 특별함’… 해외 40개국 150곳서 그 비밀 캐냈죠”
이랑주 씨는 “전통시장을 되살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책을 썼다”며 “완전히 바꿀 필요도 없다. 90도만 시각을 바꾸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샘터 제공
―화려한 명품관에서 일하다 시장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뭔가.
“2005년쯤일 거다. 집 근처 부산 좌동시장 과일가게를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홍시를 진열해뒀는데 전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초록색 비닐 하나만 깔아도 분위기가 싹 바뀔 텐데…. 붉은 과일은 보색인 녹색에 진열하면 훨씬 싱싱해 보인다. 열심히 일하는 시장 상인들이 요령이 없어 고생하는 게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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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한다. 매출 걱정이 많기에 조언을 좀 해줬다. 생선을 사선으로 진열하고 백열등 대신에 형광등 조명을 쓰라고. 어땠을 것 같나. 그 친구, 아직도 고마워한다. 이미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VMD를 고용해 큰 효과를 본다. 정말 그런 작업이 필요한 건 전통시장 아니겠나.”
―그럼 그런 노하우를 전하면 되지, 해외엔 왜 갔나.
“나름 소상공인을 위한 강연도 하고 카운슬링도 했다. 하지만 국내 재래시장은 해마다 15%씩 줄어드는데 미국은 오히려 매년 340개씩 늘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걸 알면 더 도울 수 있을 거란 욕심이 생겼다. 남편을 설득해 함께 1년 동안 40개국 시장 150여 곳을 열심히 발품 팔았다.”
―가보니 어떻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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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은 현실적 제약이 많지 않나.
“서울 재래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주차장이다. 해외 시장도 대부분 주차장이 없다. 그런데 왜 잘되냐고?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마르크’는 숲 공원과 연결돼 산책과 쇼핑을 함께 한다. 폴란드 ‘크라쿠프 중앙시장’은 거기 아니면 안 파는 물건으로 손님을 유혹한다. 현실만 탓하면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물론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비법은 없나.
“시장마다 특성이 있으니 그에 따른 대처가 중요하다.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의 한 과일가게는 꼭지를 그대로 남겨둔 딸기를 포장하지 않은 채 놓고 판다. 고객이 하나씩 직접 주워 담는다. 불편해 싫을 것 같다고? ‘직접 농장에서 따는 것 같아 재밌다’며 엄청 성황이었다. 경쟁력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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