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발된 희귀 꽃이 늘고 있다. 파란 장미는 청색 유전자를 주입해 만들었고, 시듦병을 앓지 않는 카네이션 ‘마블뷰티’에는 푸사륨 내성 유전자가 들어 있다. 무궁화 ‘꼬마’는 감마선을 쪼인 돌연변이이며, 교배육종을 통해서는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카네이션을 만들 수 있다(위쪽 왼쪽 사진부터). 산토리사·한국원자력연구원·농촌진흥청 제공
○ 교배 통해 후손에게 강한 유전자 대물림
카네이션의 가장 큰 적은 흙 속에 사는 곰팡이 푸사륨이다. 푸사륨이 침투하면 카네이션은 잎이 누렇게 마르며 심한 경우 한 달 안에 죽는다. 국내 최대 카네이션 생산지인 경남 김해시에서는 해마다 카네이션 재배량의 20%가 시듦병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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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카네이션 중에서도 푸사륨 내성 유전자가 있는 카네이션만 살아남는다”면서 “이들끼리 교배하면 후손에게 내성 유전자가 전달되고, 여러 번 교배를 할수록 내성 유전자가 많이 들어간 카네이션이 나온다”고 말했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교배육종’이라고 부른다. 자손의 생김새, 피부색, 몸집 같은 특징은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는 유전법칙을 이용한 것이다. 가시가 없어서 웨딩용으로 인기가 많은 흰 장미 ‘아이스윙’도 교배육종으로 탄생했다.
교배육종 연구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유 연구관은 “푸사륨에 강한 카네이션을 얻기까지 3∼4년이 걸렸다”면서 “교배육종을 하는 동안 자가 수정을 막기 위해 꽃의 수술을 제거하는 등 오랜 기간 정성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 방사선 쪼이니 금빛 줄무늬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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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은 수입난 ‘대국’과 자생난 ‘석곡’의 종자에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24시간 동안 쪼여 잎에 황금색 줄무늬가 있는 희귀 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기존 무궁화 종자에 감마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유발해 원래 품종보다 크기가 작은 무궁화 ‘꼬마’도 만들었다. 꼬마는 5, 6년생의 키가 50cm 정도이고 꽃과 잎의 크기도 종전 무궁화의 절반에 불과해 화분에 심어 사무실이나 베란다에 두고 감상할 수 있다.
○ 세균 이용해 파란 장미 개발
교배육종과 방사선 개량은 품종의 형태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분자유전학을 이용하면 원하는 대로 품종을 설계할 수 있다. 2004년 일본 산토리사와 플로리젠사 연구팀이 개발한 파란 장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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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유전학적인 방법으로 대기오염에 강한 꽃을 만들 수도 있다. 도로변의 피튜니아에 환경 스트레스를 막는 두 유전자(SOD2, NDPK2)를 넣어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잘 견디는 피튜니아를 최근 개발했다. 이수영 농진청 연구사는 “분자유전학적인 방법으로 개발된 꽃은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상품으로 개발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