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웃음을 안기는 ‘백치미’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한 한선화. 그에게 연기는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신의 선물’ 선택은 ‘신의 한 수’ 였다…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화제의 한선화
‘연기돌 전성시대’에 새로운 시선을 모은 걸그룹 시크릿의 한선화.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가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꽃뱀’ 역을 연기했다.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연기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의외의 캐릭터였다.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도전이었지만 용기와 열정으로 한계를 극복했다는 호평을 받은 한선화를 만났다.
예능 프로서 굳어진 ‘허당’ 이미지 떨쳐
밤 새워 상대 배역 대사까지 외운 보람
쏟아지는 호평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
한선화. 그를 떠올리면 그동안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모습 때문에 ‘백치미’ ‘허당’이라는 이미지가 앞선다. 때로 실제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면 “내숭이다” “가식적이다”는 오해와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젠 모든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온전히 신인 연기자 한선화로 시청자에게 남았다. 그래서 그는 “행복했다”. 드라마 종영 후 ‘한선화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쏟아지자 그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왜 나에게 이런 반응을 해주는지 얼떨떨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반응은 처음이라 낯설다. 내 노력이 화면을 통해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광고천재 이태백’ 이후 두 번째 연기인데 무엇이 정답인지, 어떻게 하는 게 잘 하는 건지 몰랐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책장에 꽂혀있는 16권의 대본을 보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더라.”
뿌듯할 수밖에 없다. “내가 봐도 정신병에 걸린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촬영이 없는 날이거나 대사 한 마디 없는 장면이라도 밤을 새워가며 상대배우들의 대사까지 다 외우는 열정을 다했다. 조승우, 이보영 등 선배 연기자들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그는 ‘미친 듯이’ 공부했다.
한선화(왼쪽). 사진제공|SBS
그런 모습이 선배 연기자들의 눈에는 당연히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대선배’ 정혜선은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연기하는 거 재미있지? 네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복받쳐오는 감정과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 ‘잘 한다’는 어떤 말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큰 칭찬이었다.”
당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말을 잇기도 벅찬 듯했다.
“빨리 서른 살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감정을 제어하고 추스를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제가 늘 밝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줄 아는데, 하! 그렇지 않다. 오버하고 덜렁대는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니까, 그들 앞에 서면 일종의 직업병처럼 그렇게 행동하고 성격을 포장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한선화에게 연기는 숨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된다. 맡은 배역에 따라 대리만족도 느끼고, 마음껏 속마음을 표출할 수도 있어 “절대 놓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