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아이스크림
CJ푸드빌 제공
정동현 셰프
전날 나는 아멜리아와 짝을 지어 실습을 했고 레시피를 잘못 읽는 바람에 함께 하던 요리를 망쳐 버렸다. 짧은 영어 때문이었다. 우리 둘은 저녁 늦게까지 남아 요리를 해야 했다. “I'm sorry.” 왈칵 눈물이 났다. 글자 하나 제대로 못 읽는 내가 한심했다. 아멜리아가 나를 안았다. 그리고 “괜찮다. 누구나 쉽게 하는 실수다. 나도 자주 그런다”고 속삭였다. 그녀는 작아진 나를 위로하려 다른 반 친구들을 제치고 나에게 가장 먼저 아이스크림을 준 것이었다.
갓 만든 아이스크림은 놀라운 기쁨이었다. 꿀처럼 달콤하고 농밀했으며 신선했다. 그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맛이었다. 한국에서는 왜 그 맛이 나지 않았을까?
한국 우유가 맛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통적으로 소는 일을 시켰지 우유를 짜지는 않았다. 자연히 우유를 적게 마셨던지라 낙농업 발달이 더뎠다. 이게 다가 아니다. 비용을 아낀다고 우유를 종이팩에 담으니 더 맛이 없다. 우유는 다른 맛에 쉽게 오염된다. 그래서 팩우유에서는 희미하지만 분명히 비닐 냄새가 난다. 초고온순간살균(UHT·135도에서 2초 이상) 처리도 일반적이다. 이렇게 불에 지지듯 처리를 하면 특유의 태운 맛이 나 신선함이 사라진다. 우유가 이 모양이니 아이스크림이 맛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드는 곳이 흔하지 않다. 서양에서는 작은 카페일지라도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을 내놓는 게 기본인 반면 한국에서는 당당하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쓴다’느니 하는 간판을 내건다. 한정식 집에서 ‘저희는 햇반을 씁니다’라고 말하는 격이다.
아이스크림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이스크림 기계만 있으면 된다. 인터넷에서 5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는다면 몇 달 안에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비싸고 좋은 기계일수록 냉각 온도가 낮아 아이스크림 입자가 곱지만 싼 것도 집에서 쓰긴 충분하다. 우유 1L에 설탕 200g을 섞고 냄비에 부어서 약한 불로 졸인다. 이때 취향에 따라 초콜릿을 녹이거나 녹차를 우려내도 된다. 양이 3분의 2로 줄면 불에서 내려 차갑게 식힌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기계에 붓고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끝이다.
언제 먹는가도 중요하다.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 없다고 하지만 오래 두면 산패가 일어나고 맛이 오염되기 쉽다. 신선한 우유처럼 아이스크림 역시 갓 만들었을 때 제일 맛있다. 저절로 ‘아아’ 하는 탄성이 나오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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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필자(32)는 영국 고든 램지 요리학교 ‘탕테 마리’에서 유학하고 호주 멜버른 크라운 호텔등에서 요리사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