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특회 홈피 공지에도 참가자 적어 “조센진은 日떠나라” 구호 외쳤지만 시민들 호통치고 눈살 찌푸려
일본에서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를 전면에 내건 데모가 27일 도쿄에서 처음 열렸지만 시위에는 28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고 도민들은 이들에게 야유를 보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오후 2시 도쿄 다이토(臺東) 구 오카치마치(御徒町) 공원. 검은 복면을 쓴 이가 나치 깃발을 흔들었다. 옛 일본 해군 복장에 욱일기를 든 시위자도 있었다. 시위자 두 명은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족 유입 반대!’라고 쓴 대형 종이를 나눠 들었다.
극우단체인 ‘팀 악즉참(惡卽斬)’은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홈페이지에 재패니즈 온리 데모 일정을 사전에 공지했다. 재특회의 수많은 데모 공지 중 재패니즈 온리는 처음이었다. 지난달 8일 일본 사이타마(埼玉) 스타디움 관람석 출입구에 ‘JAPANESE ONLY’라는 민족 차별적 현수막이 내걸려 사회문제가 된 상황이어서 이번 데모에 시선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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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40대 남성은 “너희들 뭐 하는 짓이냐”고 고함쳤다. 20대 여성 2명은 “바보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봄을 맞아 공원을 산책하던 이들은 대부분 눈살을 찌푸렸다.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의 생일이던 20일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서 나치 깃발을 휘날리며 가두 행진을 했을 때도 시위 참가자는 겨우 50여 명에 불과했다.
경찰에게 ‘민족 차별적 데모를 그대로 둬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미리 집회 신고를 해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식인들은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한다.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一橋)대 명예교수는 26일 교토(京都)에서 열린 강연에서 “J리그는 ‘JAPANESE ONLY’ 현수막을 곧바로 치우지 않은 ‘우라와 레즈’에 ‘무관객 경기’라는 징계를 이례적으로 빨리 내렸다. 그건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일반적인 차별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