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점만으로는 그의 위대함을 설명하기 어렵다. 현대인에게도 가슴에 와 닿는 절절한 대사의 매력도 한몫을 한다. ‘리어왕’은 권력을 일찍 자식에게 넘겨준 왕이 겪는 비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날 리어왕은 세 딸에게 묻는다. “노년의 걱정거리 훌훌 털어 넘겨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을 향해 기어가겠노라”며 “나라를 물려줄 테니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보라”고 말한다.
▷첫째와 둘째 딸의 답변은 세상의 모든 아부를 모아놓은 느낌이다. “사물을 보는 눈, 무한한 공간, 끝없는 자유보다 소중한 분”이라고 첫째 딸이 말하자 둘째 딸은 “언니와 같은 마음이지만 덧붙일 게 있다”며 “오직 아버님에 대한 효도에서 행복을 느낄 뿐”이라고 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선 빚을 못 갚을 경우 1파운드의 살덩이를 요구한 유대인 샤일록을 악인으로 그리지만 한편으로 핍박 받는 민족에 대한 연민을 감추지 않는다. 빚 보증을 선 안토니오에게 샤일록이 “내게 침을 뱉고 발로 찼으며 ‘개’라고 했다”고 절규하는 대목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