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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분노 무력감… 피해가족 ‘무너진 멘털’ 방치하면 위험

입력 | 2014-04-22 03:00:00

[세월호 침몰/트라우마를 막아라]
피해가족 심신관리 시급하다




애타는 기도 6일째 세월호가 침몰한 지 6일째 되는 21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 나온 생존자 가족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진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6일째가 지나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건강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피해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탈진한 듯 누워 있거나 강당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아직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은 애끓는 마음으로 며칠째 밤을 지새운 탓에 몸과 마음이 탈진 상태라는 것.

피해 가족들은 체육관 안에 차려진 응급환자 이동진료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충격을 쉽게 가라앉히긴 힘든 상황이다.

특히 며칠간 쉬지 않고 울거나 흥분 상태를 지속한 피해자 가족 다수가 탈진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진 상태에 빠지면 좌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기력증에 빠지고 쉽게 절망감을 느끼게 되므로 치료가 절실하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할 경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상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특히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 애가 저 배 안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부모로서 해줄 게 없다’는 무기력감, 정부를 향한 분노 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 분노심이 자신을 향해 돌아와 본인을 원망하게 되면 더 괴로워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상황도 탈진 증상을 부르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은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식욕 저하, 불안 증상 등과 함께 불면증을 호소할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숙면을 못하면 탈진에 이르는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현재 유가족들, 실종자 가족들의 심적 상태가 좋지 않아 ‘약을 먹고 나아야겠다’고 생각하기 힘들다”며 “수면제, 항불안제 등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서라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석균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급성 스트레스처럼 한 달 사이에 회복될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회복 탄력성이 달라 증상은 다양하다”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한 시간 이상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도의 긴장 상태와 스트레스 장애 등을 줄이려면 심리 치료와 같은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절실하다. 홍 교수는 “비슷한 단계의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끼리 모여 그룹 치료를 받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부모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연 lima@donga.com·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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