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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매장서 시작된 ‘식탁혁명’… 소비자-농부 윈윈

입력 | 2014-04-22 03:00:00

[농산물 유통이 달라진다]국내産이 아닌 김포産만 파는 가게 ‘김포농협 직매장’




경기 김포시 김포대로에 위치한 김포농협의 로컬푸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매대에 있는 농산물은 모두 김포지역 농민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것을 직접 가져다 가격을 매긴 뒤 진열해 놓은 것이다. 김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혹시 중국산이냐고요? 이건 국내산 정도가 아니라 여기 김포에서 키운 ‘김포산(産)’이에요.”

21일 경기 김포시 김포대로에 위치한 김포농협. 200m² 규모의 매장에서 자신이 직접 심어 키운 열무를 진열하던 농부 조기창 씨(60)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인 ‘로컬푸드(local food)’를 판매하는 매장. 조 씨의 환한 얼굴이 찍힌 사진과 연락처, 블로그 주소 등이 판매대에 걸려 있다. 장을 보러 온 주부 이경순 씨(52)는 “내가 먹는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길렀는지 직접 볼 수 있으니까 믿고 살 수 있고 가격도 대형마트보다 싸기 때문에 매주 온다”고 말했다.

이곳은 조 씨를 비롯한 농부들의 중요한 수입원이 됐다. 이곳 덕분에 김포농협 조합원 농부 200여 명의 농산물 판매처가 안정적으로 확보됐기 때문이다. 조 씨는 “로컬푸드 매장이 없었더라면 농산물 공판장 등 판매처들을 떠돌면서 제값도 받지 못하는 등 푸대접을 받았을 것”이라며 “도매 시장에 넘길 때보다 20%가량 돈을 더 받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의 주부들도 찾아와

로컬푸드 매장은 ‘식탁 혁명 실험’에 불을 댕겼다. 농부가 ‘생산-유통-판매’를 도맡아 지역 주민들에게 판매하면서 농산물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게 ‘식탁 혁명’의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싱싱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싼 가격에 사고 농부는 제값을 받고 판매해 소비자와 농부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로컬푸드 매장은 2012년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에서 본격적으로 운영된 뒤 현재 김포농협을 비롯해 전국에 20여 곳으로 늘어났다.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지난해 16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데에 이어 올해 매출 3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의 성공은 유난히 복잡한 국내 농산물 유통 구조를 단순화한 데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생산지에서 농부가 농산물을 생산하면 이를 산지 수집상이 도매상에 넘겨 경매 시장과 소매상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을 기준으로 채소류는 69.6%, 과일류는 50.4%에 이른다. 하지만 로컬푸드 매장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이를 절감할 수 있다.

이날 김포농협 로컬푸드 매장의 판매 가격은 상추(200g)가 800원, 열무 한 단(4kg)에 3000원 등으로 일반 대형마트보다 20%가량 저렴했다. 엄경렬 김포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차장은 “김포뿐 아니라 서울 강남이나 경기 일산, 인천 등 각지에서 하루에 400∼500명의 소비자가 찾는다”고 전했다.

○ 지역 농업 활성화…다른 산업과 융합 계기도 마련해

로컬푸드는 농가 소득에 크게 기여한다. 김포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 열무와 무말랭이, 호박 등을 파는 김선두 조합원(80)은 매주 통장에 40만∼50만 원씩 꼬박꼬박 돈이 쌓인다고 했다.

김 조합원은 은퇴한 뒤 텃밭에 심은 채소를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지난해 4월 로컬푸드 매장과 인연을 맺으면서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여든의 나이에 이만한 일거리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로컬푸드 매장은 농업인 스스로 판매 가격을 정하고, 팔다 남은 물건을 회수하는 등의 재고 관리도 직접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렇다고 해서 매장을 지킬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으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매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다가 물건이 떨어지면 가서 채운다. 김 씨는 “매장에서 손님들의 요구 사항들을 반영해서 작물의 종류와 양을 정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경기 고양시 일산농협 및 원당농협, 경기 안산시 반월농협 등 31곳에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고, 2016년까지 로컬푸드 매장 100곳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기존의 하나로마트에도 ‘숍인숍’ 형태로 로컬푸드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이 활성화되려면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과 농산물 유통 구조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1981년부터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확산되면서 로컬푸드 매장이 1만6000여 개로 늘었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학교 급식에도 로컬푸드 매장을 통한 지역 농민의 납품을 늘리는 등 수요처를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매장에선 농산물 판매뿐 아니라 농산물 수확 체험이나 농산물 가공 등 다른 산업과도 연관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 동김제농협은 올해 로컬푸드 매장을 개설하면서 로컬푸드를 재료로 쓰는 레스토랑도 함께 시범 개장할 예정이다. 홍성현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본 로컬푸드 매장도 초창기엔 판매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관광 사업과 연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한국도 로컬푸드를 향토 음식과 연계해서 산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 로컬푸드 ::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수산물. 대개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수산 상품을 지칭한다. 생산지와 소비자 간 배송 거리를 줄이고 중간 도매상, 소매상 등 유통 단계를 줄여 식품의 신선도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김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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