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OPEN)/안드레 애거시 지음·김현정 옮김/614쪽·1만9500원·진성북스
이란 복싱 대표였던 애거시의 아버지는 미국 이민 후 낳은 아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아버지는 내가 매일 2500개의 공을 치면 1년이면 100만 개 가까운 공을 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곱 살 애거시는 테니스가 싫었는데도 계속 공을 쳐야 했던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스포츠 스타의 스토리와 닮았다.
애거시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테니스의 기존 질서와 맞섰다. 귀걸이, 데님 반바지에 원색 티셔츠 같은 파격적 패션을 선보인 애거시는 인기 여배우 브룩 실즈와의 결혼과 이혼, 테니스 여제 슈테피 그라프와의 재혼으로도 화제를 뿌렸다. “그라프의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던 스시바가 바로 실즈와의 관계가 나빠지기 시작한 그 레스토랑이었다. 처절한 참패의 코트가 가장 달콤한 승리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애거시는 때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 순간을 얘기하듯 풀어간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발머리 꼬마에서 풀어헤친 헤어스타일의 반항기를 거쳐 대머리까지 지면을 수놓은 사진은 또 다른 볼거리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