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최영해]실종자 가족 울리는 SNS 장난질

입력 | 2014-04-19 03:00:00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인터넷에선 밑도 끝도 없는 글들이 떠돌고 있다. 실종자가 보낸 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메시지까지 등장해 가족과 당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급기야 한 종편 채널에선 거짓말 인터뷰까지 등장했다. 민간 잠수부를 자처한 여성이 “배 안의 생존자 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를 다른 잠수부한테 들었다”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인터뷰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인터뷰는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자극적 내용을 검증 없이 내보낸 것은 언론의 책무를 저버린 일이다.

▷“지금 여기 배 안인데 사람 있거든…여자 애들 울고 있어. 나 아직 안 죽었으니까 안에 사람 있다고 좀 말해줄래.” 사고 당일인 16일 밤 경기 파주의 한 시민이 딸의 카카오스토리에 들어온 메시지를 보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초등학교 5학년생의 장난으로 밝혀졌다. SNS에선 “엄마 보고 싶어요. 식당에 있어요. 춥고 무서워요. 아직 살아 있어요” “배터리가 별로 없어요. 이거 보시는 분 제발 알려 주세요”라는 글도 돌아다닌다. 수중에서 카톡이 전송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한다.

▷‘여객선(세월호) 침몰사고 구조현황 동영상’ 문구와 함께 인터넷주소까지 달린 문자메시지도 가짜였다. 주소를 누르면 기기 정보와 문자 통화기록까지 빠져나가는 신종 해킹 수법이다. 누리꾼들은 “해도 너무하네” “싹 다 잡아내 신원 공개하라”며 분노하고 있다. 이웃이 가슴 아픈 일을 당했을 때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장난질을 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며 배 침몰 당시 어머니에게 보낸 안산 단원고 학생의 문자메시지는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인터넷은 애틋하고 아름다운 얘기도 전해준다. 악성 SNS로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울리는 사람들은 이 글에 담긴 애절함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SNS가 유언비어의 온상이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