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없이도 수십만원 결제… 휴대전화 분실땐 범죄 무방비 피해 잇따르자 소비자들 분통
대학생 김모 씨(24)는 지난달 새벽 귀갓길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가 ‘요금 폭탄’을 맞았다. 김 씨가 분실 신고를 하기 전에 누군가 김 씨의 휴대전화로 이통사의 앱 장터에서 49만8000원어치의 스마트폰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것이다. 김 씨는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면 모든 요금을 내야 한다.
이런 피해가 발생한 건 이통사 앱 장터의 결제 인증 절차가 지나치게 간단한 탓이다. 앱 장터의 결제 방식은 크게 신용카드 결제와 정보이용료로 부과되는 휴대전화 결제로 나뉜다. 휴대전화 결제를 택하면 결제 의사를 묻는 메시지에 동의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앱 장터마다 다르지만 이렇게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만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휴대전화 결제 전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앱 장터에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애플-구글은 비밀번호 의무화 ▼
하지만 지경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과장은 “비밀번호 설정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앱 장터에서 유료 앱 구매 시 비밀번호를 묻는 절차만 추가해도 상당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사업자인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구글플레이에서는 결제 전에 반드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앱 장터 활성화와 소비자의 편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은 국내 앱 장터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시장의 강자들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휴대전화 결제 인증절차까지 복잡해진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