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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굶겨죽인 ‘게임 아빠’… 딸 때려 숨지게 한 ‘목검 아빠’

입력 | 2014-04-15 03:00:00

구미서… PC방 전전 별거男, 28개월 아들 죽음 보고도 다시 게임
시신 쓰레기 봉투에 넣어 유기




두 살 난 아들을 숨질 때까지 방치한 비정한 아버지 정모 씨가 11일 오전 10시경 구미시 인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들의 시신이 든 쓰레기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최근 경북 칠곡과 울산의 의붓딸 학대 사망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이번에는 경북 구미에서 친아버지가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아버지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 숨진 아들을 35일간 집에 방치한 채 평소처럼 생활했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들의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기까지 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4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정모 씨(22·무직)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11일 오전 10시경 구미시 인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들의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넣고 비닐 가방에 담아 1.5km가량 떨어진 옆 동네 빌라 화단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와 아내 김모 씨(21) 부부는 3년 전인 고교 3학년 때 만나 동거를 시작해 2012년에야 혼인신고를 했다. 정 씨는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다 보니 형편이 어려웠고, 올해 2월부터 생활고 때문에 부부는 별거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최근 구미의 한 휴대전화 부품공장에 취직해 기숙사에 들어가며 정 씨에게 아들의 양육을 맡겼다.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시댁에 들어가서 살겠다고 해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씨는 아들을 혼자 집에 둔 채 PC방과 찜질방 등을 돌아다녔다. 짧게는 2, 3일, 길게는 일주일이나 집을 비웠다. 잠시 귀가했을 때는 아들에게 육개장이나 된장찌개 같은 어른들의 음식을 먹인 게 전부였다. 결국 아들은 지난달 7일 오후 1시경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씨는 아들의 죽음을 확인하고도 평소처럼 다시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며 지냈다.

지난달 31일 아들의 시신에서 부패한 냄새가 나자 담요에 싸서 베란다에 치웠다. 11일에는 다른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면 아들이 숨진 사실이 드러날까 봐 시신을 쓰레기봉투와 비닐 가방에 싸서 옆 동네에 몰래 버렸다.

정 씨의 범행은 아내가 “아들을 보고 싶다”고 요구하면서 드러났다. 정 씨는 처음에는 “어린이집에 맡겼다”고 거짓말을 했고 13일에는 동대구역 주변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둘러대다 동대구지구대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이 동대구역 주변 폐쇄회로(CC)TV에 정 씨와 아들이 찍힌 장면이 없어 사실을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천안서… 가출 딸 데려온 재혼男, 훈육한다며 주먹-목검 세례 ▼
경찰엔 “딸이 자살” 거짓말


친딸을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뒤 딸이 자살했다고 거짓말을 한 아버지가 경찰에 구속됐다.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는 14일 가정불화 때문에 가출했던 딸(15)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아버지 강모 씨(39)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2월 15일 가출한 딸을 천안역에서 데려온 뒤 천안시 봉명동 집에서 길이 1m의 목검과 주먹으로 5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강 씨는 당시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왜 가출해 속을 썩이느냐”며 말로 혼내다가 격분해 목검과 주먹으로 반복해 때렸다. 강 씨는 경찰에서 “딸이 욕실 세면대에 물을 채워 머리를 집어넣는 등 자해해 일단 재웠다”며 “오전 10시경 몸이 차가워져 동네 주민 차를 얻어 타고 병원으로 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딸은 병원 도착 당시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1시간 만에 숨졌다.

당시 경찰이 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강 씨가 “딸을 때리긴 했지만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며 범행을 부인했고 다른 증거가 불충분해 기각됐다.

그러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 결과를 받아 폭행으로 근육 등에서 광범위하게 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조사 결과 강 씨는 종아리 허벅지 등이 시커멓게 멍들고 엉덩이의 일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머리와 얼굴, 가슴, 복부 등의 상처와 멍은 주먹으로 맞아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딸은 강 씨가 올해 1월 초 전남 강진에서 천안으로 이사 오면서 새 아내를 집으로 맞아들이자 자주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가 딸을 폭행한 뒤 ‘왜 누나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느냐’며 두 아들도 폭행했다”면서 “하지만 평소에 자녀들에게 폭행을 일삼아온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검도를 배운 적이 있어 목검을 집에 두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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