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령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아동자립지원사업단 단장
아이들은 당장 의식주부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시설에서 주는 밥만 먹고 자란 아이들에게 연필 한 자루, 책 한 권, 학용품 하나 직접 사는 일도 낯설다.
제도적으로 주거, 진학, 생활지원 등의 방안이 어느 정도는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마다 적용에 차이가 있고 규정이 십수 년 전에 만들어져 현재 아이들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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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는 자립지원정착금도 100만∼500만 원에 불과한데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할 아이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마저도 자치단체에 따라 액수가 달라져 어느 지역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지원금이 다르다.
자립정착금은 최소한 월세 보증금 정도로는 책정돼야 한다. 보증금이 있으면 아이들이 부담해야 할 월세가 낮아질 수 있으니, 이제 막 보육원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큰 보탬이 된다.
자립정착금을 많이 주면 줄수록 아이들의 첫출발이 쉽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만져보는 큰돈에 흥분해서 그냥 사고 싶은 것을 산 뒤 당장 어려움에 봉착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육 기간에 지속적으로 바깥에서 자립할 수 있는 생활 기술을 가르치고 본인의 자립 의지를 키워주는 것이 돈을 많이 쥐여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또한 심리적으로나 지적으로 역량이 부족해 아무리 생활 기술을 가르쳐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제도적 방안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 지능지수(IQ) 71∼84의 이른바 ‘경계선 지적기능아동’은 현재 장애인 판정도 받을 수 없으며 자립생활도 가능하지 않은 아이들이다. 2013년 시설 실태조사에 의하면 이런 범주의 아동이 16%(판정 및 의심아동 포함)나 된다. 이들이 홀로 사회에 나가는 순간 혹독한 바깥세상에서 남들에게 이용·착취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들에게는 성인기까지 주변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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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령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아동자립지원사업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