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테마전 ‘동자’ 삼국시대 유물 ∼근현대 회화 57점… 이상향을 향한 때묻지 않은 정신 구현
7세기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금동탄생불입상’은 흔히 ‘아기 부처’라 부르는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를 형상화했다. 높이 15cm.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을 찾으면 동자에 투영된 선조들의 정신과 기원을 만날 수 있다. 호암미술관 제공
‘꾸밈이 없고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일컫는 이 4자성어들은 주로 어린이에게 쓸 때가 많다. 둘 다 공통적으로 ‘참 진(眞)’이라는 한자가 들어 있다. 중국 도교의 장자(莊子)는 “예(禮)란 세속의 꾸밈이요, 진은 하늘로부터 받는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테마전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은 이처럼 동자에 투영된 선조들의 정신과 기원을 찾는 자리다. 삼국시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깃털처럼 많은 세월 동안 동자는 우리 문화에서 어떻게 소화됐을까. 모두 57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그런 물음에 대한 단초를 꽤나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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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동자가 신성화 영역에서 사랑받았다면, 조선회화에서 나타나는 동자는 세속적 욕망을 경계하는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존재였다. 문인화가 양송당 김시(養松堂 金(제,지)·1524∼1593)의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보물 제783호)’에서 이상향에 맞춤한 천혜 자연 속에서 나귀를 끄느라 안간힘을 쓰는 동자의 자태는 해학적이면서도 탈속적인 삶을 꿈꾸는 화가의 마음을 대변한다.
16세기 후반 조선 문인화가 김시가 그린 ‘동자견려도’. 보물 제783호. 동자를 통해 탈세속적 이상향을 꿈꾸는 선비의 정신을 대변한다. 호암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의 순수함을 화폭에 담은 박수근(1914∼1965)과 이중섭(1916∼1956), 장욱진(1917∼1990)의 근현대 명화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내년 3월 1일까지. 2000∼4000원. 031-320-1801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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