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첫 번째 부인은 소설 ‘깃발’을 쓴 작가 홍희담이다. 이혼한 후에도 동지처럼 지낸 것을 보면 사나운 마누라 계열은 아닌 것 같다. 지금 같이 사는 여성은 황석영이 드라마 대본 ‘장길산’을 집필할 때 보조로 일하던 20년 연하의 방송작가다. 황석영은 이 방송작가 때문에 재미무용가 출신의 두 번째 부인과 이혼소송까지 갔다. 그의 사나운 마누라가 정확히 누구였든 사나운 마누라와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역사의 중압감에 비교하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소크라테스의 부인 크산티페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악처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과 달리 강의료도 받지 않고 가르쳤다. 돈도 벌어오지 않는 늙은 소크라테스에게 30년 이상 연하의 크산티페가 물세례를 퍼부은 걸 이해할 만하다. 누군가 소크라테스에게 아내에 대해 물었더니 “말을 타려면 거친 말을 타고 배우는 걸세. 그 여자를 견딜 수 있으면 천하에 견뎌내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