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그룹 MK경영 15년]<하>도약이냐 추락이냐 갈림길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 한류월드로 킨텍스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R&D 대전’에서 어린이들이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차세대 친환경차인 수소연료전지차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DB
이 같은 위기의식은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에서도 공유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해외 시장에서 판매 신장세가 정체된 데다 전기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 기술 분야에서도 존재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초 현대·기아차 경영전략회의에서 ‘선도 경영’을 선언하면서 기술 주도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R&D 투자 크게 늘려야
현재 현대·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최대 화두인 연료소비효율 경쟁에서 해외 업체들에 뒤처지고 있다. 텃밭으로 여겨졌던 국내 시장도 L당 평균 주행거리가 16∼17km에 이르는 독일 디젤차량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소비재팀장은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이 전반적으로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 크게 뒤처지진 않지만 문제는 디젤차”라며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도요타 등 선두 업체들과의 격차가 크다”고 우려했다.
차세대 자동차로 떠오른 스마트카와 커넥티드 카(다른 기기와 통신으로 연결된 차) 분야에서도 현대·기아차는 갈 길이 멀다. 기아차가 국내 기업인 SK플래닛과 함께 커넥티드 카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와 연동한 차세대 기술을 잇달아 발표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해외 업체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9월에는 일관제철소 완공이라는 오랜 숙원사업을 마무리했다.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 제3고로를 가동하면서 쇳물 생산에서 부품 및 완성차 생산, 물류, 금융 등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에 더해 8일 당진제철소 내에 자동차용 강판을 만들 연간 생산 100만 t 규모의 특수강공장을 착공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다른 어떤 자동차업체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업체들 때문에 국내에선 독일 보쉬와 콘티넨탈, 일본 덴소처럼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부품업체가 탄생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일류 부품업체 없이는 현대·기아차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온 현대·기아차는 지금 건전한 의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브랜드 경쟁력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품질 개선은 물론이고 차세대 기술 개발과 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현대-기아차 최대의 敵은 경쟁사 아닌 노조” ▼
작년 파업으로 생산차질 3조 넘어 “생산성 못늘리면 심각한 위기”
기아차는 올 1월 9일 광주 3공장 ‘봉고’ 생산라인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23.1대에서 25.1대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기아차가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해 2011년 증산 계획을 내놓은 지 3년 만이다. 기아차는 3000억 원을 들여 2012년 말 광주 2공장을 증설하고도 지난해 7월에야 UPH를 46.1대에서 58대로 늘렸다. 노사 합의가 미뤄진 탓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수입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 현대·기아차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노조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