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빅뱅, 상생의 틀을 짜자]<1>손잡은 노사-등돌린 노사, 엇갈린 운명
▼ 공장 되살린 스페인 바야돌리드 르노車 노사 ▼
판매 부진-노사 갈등… 6000명 직원 3분의 1로
노사 한발씩 양보… 생산성 4년만에 44% 높아져
24시간이 모자란 스페인 공장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있는 르노 공장 근로자들이 ‘QM3’(현지명 ‘캡처’) 생산라인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이 공장은 노사 대화를 통해 공장 폐쇄 위기를 극복했다. 바야돌리드=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바야돌리드 공장이 도산 위기에 처한 것은 경영진의 판단 착오에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가 겹친 탓이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이 공장은 인기 모델인 ‘클리오’를 도맡아 만들어 연간 생산량이 최고 28만7020대(2002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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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갈림길에 놓였지만 노조는 기득권을 놓지 않았다. 2006년 노조는 “물량을 늘려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2008년에는 파업도 벌였다.
고사 직전의 공장을 살려낸 것은 2009년 이뤄진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이었다. 르노 본사가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면 신차 물량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노조는 초과 근무수당 없이 1년에 3일을 더 근무하기로 했다. 임금도 동결했다. 주문이 밀리면 평일 월급을 받고 주말에도 출근했다. 스페인 정부도 세제 혜택과 함께 직원 교육 비용을 지원했다.
노사정 대타협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직원들의 작업 시간은 2009년보다 평균 31%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생산성은 44% 증가했다. 2012년 생산 비용은 2010년 대비 10.2% 감소했다.
르노 본사도 약속을 지켰다. 2011년 2인승 전기차 ‘트위지’에 이어 지난해 QM3를 바야돌리드 공장에만 배정했다. QM3가 히트를 치면서 바야돌리드 공장은 QM3를 처음 생산한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5월 2교대로 전환했다. 한때 6000명이었던 바야돌리드 공장의 직원 수는 1900명으로 줄었다가 2426명으로 늘었다. 기예르모 마누엘 르노 바야돌리드 공장장은 “주말에도 2교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올해 유럽 내 르노 공장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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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공장폐쇄-대량 실직… 출구 없는 프랑스 노사 ▼
구조조정 극한대립… 25세이하 4명 중 1명 실업자
“치솟는 실업률 앞에서 노조도 좌우도 무의미해져”
24시간이 모자란 스페인 공장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있는 르노 공장 근로자들이 ‘QM3’(현지명 ‘캡처’) 생산라인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이 공장은 노사 대화를 통해 공장 폐쇄 위기를 극복했다. 바야돌리드=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이날 파리 사무실에서 만난 앙리 스테르디니아크 프랑스 경기전망연구소(OFCE) 소장 역시 프랑스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실업을 꼽았다. OFCE는 파리정치대학(Science Po) 산하 국책 경제연구기관이다. 그는 “사상 최고치를 찍는 실업률의 현실 앞에 노조도, 좌우도 무의미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판매 부진에 시달려 온 프랑스 자동차업체 PSA푸조시트로엥은 3개월 뒤 파리 근교에 있던 공장을 폐쇄한다. 현재 마지막 남은 생산량을 처리하는 단계로 공장이 문을 닫으면 총 8000명이 실업자가 된다.
앞서 미국 타이어 제조사인 ‘굿이어’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프랑스 북부 아미앵 공장에서 2007년부터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이 나서 미국 타이어 업체인 타이탄인터내셔널에 공장 인수를 권했지만 모리스 타일러 최고경영자(CEO)가 단칼에 거절했다. 타일러 CEO는 지난해 2월 프랑스 언론에 공개서한을 보내 “프랑스 노동자는 임금만 많이 받고 하루에 3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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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지형도도 바뀌었다.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는 흉흉한 민심 속에 최근 열린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파리5대학 산하연구기관인 제펙스 소속 김혜란 연구원은 “올랑드 정부가 사상 최고치에 이른 실업률과 문을 닫고 떠나는 기업들의 현실 앞에 사회보장부담금 감면 등 친기업적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노동문화가 워낙 오랫동안 경직돼 있던 탓에 변화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리=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