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 원의 ‘황제노역’으로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의 노역이 어제 오후 중단됐다. 광주지검은 “노역장 유치 집행을 정지함으로써 1일 5억 원씩의 벌금이 납부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조치로 판단했다”며 벌금 224억 원 전액을 강제 집행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을 저지른 허 전 회장은 벌금과 세금, 채무 등 634억 원을 내지 않고 도피했다. 22일 뉴질랜드에서 귀국하자마자 검거된 뒤 공휴일 건강검진 등으로 실제 노역을 하지 않고도 5일간 노역장 유치로 25억 원, 긴급체포 당시 1일 구금으로 5억 원 등 이미 30억 원의 벌금을 감면받은 상태다. 검찰이 이를 중단시키고 벌금형을 집행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허 씨는 “내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 없다”고 했으나 검찰은 국내외에 감춰진 그의 재산을 샅샅이 찾아내 벌금형을 강제 집행해야 할 것이다. 29만 원밖에 없어 추징금을 낼 수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검찰이 뒤늦게 뒤진 결과 수천억 원의 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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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장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29년간 재직한 향판(鄕判)이다. 허 씨의 부친도 향판을 지내 구형과 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향판은 대다수 판사가 서울 근무를 희망할 때 지방에서 일하려는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시작돼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공식화했다.
그러나 향판은 토착 세력과 유착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선재성 부장판사 파문, 올해 2월 서남대 설립자 보석 허가 파문은 향판이 빚은 폐해다. 뒤늦게 대법원은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환형유치제도’와 향판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출신 지역을 피하는 향피(鄕避)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