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일 안중근연구센터 가보니
류코쿠대가 보관 중인 안중근 의사 유묵. 왼쪽부터 계신호기소부도(戒愼乎其所不睹·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경계하고 삼간다·중용), 민이호학불치하문(敏而好學不恥下問·영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여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논어). 류코쿠대 제공
눈길이 머문 곳은 이름 아래 도장을 찍는 낙관 자리. 도장 대신 손바닥이 찍혀 있었다. 네 번째 손가락 끝마디는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 관계자는 “류코쿠대가 중요문서실에 보관하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붓글씨)을 특별히 꺼냈다”고 소개했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년을 앞두고 모인 이들은 류코쿠대 사회과학연구소 산하 ‘안중근동양평화연구센터’ 소속 학자들이다. 이 센터는 안 의사를 연구하는 일본 유일의 연구기관으로 지난해 4월에 설립됐다. 3, 4개월에 한 번씩 심포지엄을 열며 안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센터에 소속된 연구자는 16명으로 모두 일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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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시게모토 나오토시(重本直利·경영학부) 류코쿠대 교수도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반성하는 지식인이라면 대부분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높게 평가한다”고 동의했다.
센터 설립 계기는 대학 내에 있는 유묵 덕분이었다. 1997년 6월 이 유묵을 대학에 기증한 사람은 오카야마(岡山) 현에 있는 절 조신지(淨心寺)의 한 스님이었다. 1910년 3월 26일 안 의사의 사형이 집행되기 전 중국 뤼순(旅順) 감옥의 포교사였던 조신지의 쓰다 가이준(津田海純) 스님이 안 의사의 유묵 3점과 사진 85점을 받았다. 대학 연구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매료돼 연구센터까지 세웠다.
이 교수는 “안 의사가 동양평화를 주장한 게 100년이 넘는다. 현 시점에도 영향을 주는 사상이라고 생각하면 그의 통찰력에 놀란다. 그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토=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