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첫째, 제품력에 특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생산범위를 최대한 좁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품목에 특화한다.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여 고부가 시장을 공략하고, 여기서 확보한 높은 이윤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여 경쟁력을 높인다. 애완동물 목줄로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한 플렉시, 연간 18억 개의 연필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파버카스텔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둘째, 체계적인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은 마이스터 제도를 통해 고숙련 기술 인력을 양성하였다. 독일 청소년의 약 60%가 학업과 병행하여 중소기업에서 기술교육을 받고 취업한다. 중소기업은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받아 좋고, 젊은이들은 일자리 걱정이 없다. 우수 인력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유지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급여나 복지수준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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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은 사상 최대인 707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속사정을 보면 걱정스럽다. 대기업이 전체 수출액의 82%를 차지하고,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아 소득증가 및 고용확대 효과가 높지 않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절감하고, ‘수출증가→고용확대→소득증가→내수확대’의 선순환구조로 전환하고자 수출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도 2017년까지 300개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여 중소기업을 ‘수출초보기업’, ‘수출유망기업’, ‘글로벌강소기업’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정부, 금융기관, 수출유관기관이 무역금융, 시장개척, 거래처 발굴 등을 종합 지원하는 ‘성장사다리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싸우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무대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다시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우리가 독일의 미텔슈탄트와 히든챔피언의 성공사례를 제대로 벤치마킹한다면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신음하는 한국경제에 새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