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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또 그런다!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마

입력 | 2014-03-22 03:00:00

◇고래가 보고 싶거든/줄리 폴리아노 글/에린 E 스테드 그림·김경연 옮김/40쪽·1만1000원/문학동네어린이





고래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강아지와 작은 새 한 마리도 친구가 되어 같이 기다립니다. 작가는 글 속에서 아이에게 혹은 독자에게 고래가 정말 보고 싶으냐고, 그것을 진정 원한다면 반드시 이렇게 저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주로 다른 사물이나 사건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아름다운 분홍 장미도, 깃발을 단 멋진 배도, 근사한 해적선이나 펠리컨에게도 시선을 두지 말라고 합니다. 꼬물꼬물 맛나게 잎을 먹는 작은 벌레와 하늘 가득 뜬 모양 구름과 태양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오직 고래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림은 다릅니다. 그림 속 아이는 글과 상반되게 주변 모든 것에 흔들리는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피할 수 없는 향기를 내뿜는 장미에 얼굴을 파묻을 듯 집중하고, 하늘을 떠가는 고래 모양 구름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결말이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딴청을 피우는데 과연 아이가 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글에 집중하느라 자칫 그림이 말하는 것을 놓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은 적어도 세 번은 읽어봐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 한참 후에 다시 보면 문학 작품이 그렇듯 또 새롭습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다시 펼쳐 볼수록 오직 고래를 기다리는 일에만 집중하라는 글 대신에 일상이 주는 소소함을 발견하고 즐기는 아이 모습을 담은 그림이 더 좋아집니다. 진짜 고래를 만나는 일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고래의 실체에 대한 질문도 하게 됩니다.

글을 쓴 줄리 폴리아노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칼데콧 수상 작가 에린 E 스테드의 그림과 만나 꿈을 갖고 사는 일에 관해 들려줍니다. 연필로 표현한 섬세한 선은 이야기를 조용조용 들려주는 것 같고, 리놀륨 판화 채색은 따뜻하고 잔잔합니다. 소망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시처럼 노래처럼 파고드는 글이 가진 힘일 것입니다. 조금 높은 학년의 아이들과 오래도록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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