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朴대통령 직접 나서 유감표명… 安 “댓글과 달리 이번 건은 南책임”
남 원장은 광역단체장 예비후보자 등록 첫날인 지난달 4일 직원들에게 “선거 개입으로 오해할 만한 일을 절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난해 내내 국정원이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정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던 데다 선거 개입 의혹으로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오해를 살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복병은 엉뚱한 곳에 숨어 있었다. 그것도 국정원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하는 대공수사 분야에서 증거 조작이란 ‘핵폭탄’이 터진 것이다.
국정원의 대응도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사건 초기에 “우린 몰랐다”며 꼬리 자르기 식으로 해명한 것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고, 이 과정에서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만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광고 로드중
남 원장은 국정원이 전날 배포한 대국민 사과 보도자료를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일체의 해명 없이 사건 경위와 사과만을 담은 보도자료를 읽으며 직원 모두에게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 원장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야권은 그의 거취를 집중 타깃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국을 뜨겁게 달군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등은 전임자인 원세훈 전 원장 시절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증거 조작 사건은 남 원장이 최종 책임자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도 “이번 사건은 현 정부, 현 국정원장이 책임질 일”이라고 못 박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남 원장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국정원 관계자는 “남 원장이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특별한 훈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이런 상황이 ‘폭풍 전야’처럼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