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이식센터 몽골에 통째 이식 수술 기술-설비-시스템까지 ‘이식’… 센터 1곳 수출에 800억 경제효과
국내 병원의 도움으로 자국 최초로 골수이식 수술에 성공한 몽골국립제1병원 의료진. 오윤델거 노로빈 혈액 내과장(가운데)은 “시작할 때만 해도 30년 안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술이 성공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이 진행해온 ‘몽골 프로젝트’는 한국의 골수이식(BMT·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의 기술뿐만 아니라 수술 공간, 설비, 사후관리 시스템까지 종합적으로 구축해주는 프로젝트다.
2011년 첫발을 내디딘 몽골 프로젝트는 지난달 27일 몽골 의료진이 자국 다발성 골수암 환자 수라크바이르 씨(51)의 자가 골수이식에 성공함으로써 3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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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은 2012년 2월부터 몽골 의사 10명, 간호사 10명, 임상병리사 5명을 초청해 교육해왔다. 이들은 서울에서 골수이식이 필요한 다양한 환자를 경험했다. 성모병원은 한 해 국내에서 이뤄지는 골수이식 수술(약 2000건)의 25%가량인 500여 건을 맡아 수술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골수이식 수술 완치율(5년 내 재발하지 않는 비율)은 60%로 미국(약 30%)보다 높다.
성공적인 골수이식을 위해선 위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몽골 최고의 병원인 제1병원조차 프로젝트 이전까지는 무균실이 없었다. 몽골 정부는 서울성모병원의 BMT센터를 벤치마킹해 각종 의료기기, 무균병실, 수술실을 현지에 구축했다.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인들은 초원에서 쓰던 비위생적인 이불을 병원에 가져와서 썼다”면서 “골수이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으로 일했다”고 전했다.
2012년 말 몽골 의료진은 스스로 수술을 할 수 있는 기준을 통과했다. 이어 첫 환자로 수라크바이르 씨를 선정했고 지난달 한국 의료진의 관리감독 아래 몽골 임상병리사가 환자의 몸에서 골수 세포를 분리해 냉동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7일엔 환자에게 다시 골수를 주입하는 데 성공했고 4일 현재 부작용 없이 회복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의료기술 이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동 등지의 국가에 대한 의료수출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하나의 BMT센터 기술이전이 8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은 “현재는 의료수출이 병원 단위로 이뤄지고 있지만, 곧 의료기술까지 수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BMT센터 등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을 중동에 수출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번 성공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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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