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보물선에 숨겨진 놀라운 세계사/랜달 사사키 글·홍성민 옮김/232쪽·1만3000원·공명
곡물 과일 고기 가죽 목공품 같은 유기물은 지상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썩어버리지만 수중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바닷속 진흙이나 모래에 급속히 묻히면 산소와 거의 접촉하지 않고 염분 농도가 높아서 부패가 잘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육상유적에는 수십 년, 수백 년이라는 시간이 쌓여 있지만, 수중유적은 배가 침몰했던 특정한 시기를 대변한다.
1996년 포르투갈 리스본 국립박물관은 17세기경 리스본 앞바다에서 침몰한 배를 발굴 조사했다. 해저의 한 지점에 후추가 35cm 두께로 쌓여 있었다. ‘후추 난파선’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배에서 갖가지 향신료와 산호 장식품, 일본과 중국의 도자기가 발견됐다. 포르투갈 상선이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교역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포르투갈의 요새 중 하나였던 케냐 몸바사 항 앞바다에서 발견된 17세기 말의 기함은 포르투갈의 쇠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무기는 빈약하고 포탄의 질은 떨어졌다.
드넓은 바다에서 보물선을 찾는 작업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수중 발굴 과정과 발굴 유물의 안전한 보존처리 과정도 함께 소개했다. 아직도 세계 바다에는 300만 척의 해저 보물선이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품고 잠들어 있다고 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