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계약서 공개 후폭풍
미국과 유럽에서는 13일 공개된 구글과 삼성전자 간 계약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계약서에 구글이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앱을 탑재하도록 강요한 정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전체 스마트폰 OS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독주를 경계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하는 모양새다. 검색, 동영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관련업계에서는 구글 독점체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다.
○ 구글-삼성 계약서 첫 공개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의 모든 웹 검색 설정은 구글 검색 앱이 기본이 돼야 한다’ ‘(유튜브와 같은) 구글 앱 10여 개를 미리 탑재해야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다’ ‘구글 검색창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은 홈 스크린과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어야 한다. 다른 구글 앱들도 스크린을 한 번 정도 넘긴 수준에서 떠야 한다’ 등이다.
이 같은 조건이 공개되자 유럽연합(EU)에서는 당장 반독점 기구가 나서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 아닌지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구글 독주 모바일 생태계 ‘우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글의 세계 모바일 OS 점유율은 78.8%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삼성 효과’로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92%에 이른다.
그 사이 다른 OS는 힘을 잃었다. 애플 ‘iOS’의 지난해 점유율은 15.5%로 전년(19.4%) 보다 3.9%포인트 떨어졌다. 한때 점유율이 45%에 달했던 노키아의 ‘심비안’이나 블랙베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MS)의 ‘윈도 모바일’ 역시 3%대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구글이 독주하면서 이용자나 제조사, 관련 기업의 OS 선택권은 크게 제한을 받게 됐다. 최근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윈드로이드 폰’(MS 윈도 모바일과 구글 안드로이드 중 사용자가 원하는 OS를 선택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구글과 특허공유 계약을 맺으면서 발표가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축이 돼 개발한 ‘타이젠 OS’ 역시 전용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아 시작도 하기 전에 ‘타이젠은 죽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앱 스토어 매출서 구글 몫, 3→15%로 확대
모바일 인터넷 관련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OS가 대세로 자리 잡고 구글 앱이 대부분 기기에 기본으로 깔리면서 국내 앱이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불리해졌다”며 “앱 장터도 구글만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는 자체 앱 장터를 운영할 수도,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국내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 다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으며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의 간격도 계속 좁히고 있는 추세다.
이동통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국내 모바일 시장은 안드로이드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데 의존도가 높아지니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며 “모바일 OS 분야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