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와 우정 쌓고 백남순과 말다툼… 하루 저녁식사 여섯 차례 참석하기도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이 출판기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百度)
이 책은 크게 6개 분야로 나뉜다. 첫 분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과의 외교를 다룬 ‘대국의 옛일(大國往事)’이다. 중국은 이처럼 국가들을 대국과 소국으로 대놓고 나눈다. 특히 대국 중에서도 미국에 대해서만 60쪽 가까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서술했다. 저자가 중국의 대표적인 미국통이기 때문이지만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또 이웃나라와의 관계를 기록한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遠親不如近(린,인))’ 분야도 있다. 한국은 거론하지 않았으나 조선(북한)에 관한 내용은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63년 베이징(北京)대 3학년 학생일 때 유학 온 강석주 북한 내각 부총리와 2인 1실로 같은 방을 썼다고 밝혔다. 강 부총리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두터운 우정을 쌓았고 이후 각각 중국 외교부장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으로 서로를 상대할 때도 우정을 되새기는 에피소드가 적잖다. 저자는 우정은 깊으나 공사 구별을 확실히 했다고 사족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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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며 “외교도 마찬가지로 공통점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은 없지만 “미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고, 조선을 설득하기도 어렵다”면서 북한을 상대할 때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이웃나라 중에는 파키스탄을 두고 “좋아할 뿐 아니라 열렬히 사랑한다”고 밝혔다. 북한 미얀마 파키스탄 등 중국의 이른바 3대 동맹국 중 파키스탄에만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소소하지만 이런저런 읽을거리가 적잖다. 주유엔 대사(1993∼1995년)로 활동할 때 식사 약속이 너무 많아 하루 저녁에 6번이나 식사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고 전한다. 이날 결국 저녁식사를 제대로 못해 밤늦게 집에 돌아와 컵라면으로 때웠다고 한다. 이 밖에 외교관이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 등 원로 외교관의 충고가 담겼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