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 사회평론가
사실 처음에는 ‘애니팡2’를 했었는데 무심코 재미있다고 자랑했다가 게임 좀 안다는 후배에게 한 소리 들었다. “그거 해외 게임 표절했다고 말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것도 몰랐냐”는 거다. 문외한인 나는 또 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거지?”, “게임을 잘 모르는 선배 같은 사람들은 재미있으면 그냥 하잖아요. 표절 시비 있어도 1등 하면 그만이고요.”
그래서 궁금해졌다. 게임은 어떻게 유통되는 걸까? 얘기를 들어보니 국내 모바일 게임 유통은 카카오톡이 절대 강자라고 보면 된단다. 나처럼 다른 게임은 잘 하지 않지만 카톡으로 초대받아서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게임 만들어서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T스토어, N스토어, 카카오톡까지 플랫폼이 꽤 많은데 거기에 올려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로 아무리 좋은 게임을 열심히 만들어도 카톡과 같은 연동 시스템이 없으면 알릴 길도, 판매할 길도 없다는 게 문제다. 소설이 독자가 있어 완성되듯 게임도 ‘자기 유저(이용자)들을 얼마나 갖는지’가 중요한데 아무도 내려받지 않는 게임은 의미가 없다.
광고 로드중
개인뿐만 아니라 업체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이 100이라면 이익은 10이고 나머지는 플랫폼과 퍼블리셔(유통) 등의 몫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개발해본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니 제대로 된 게임 유통 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게임이 콘텐츠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국내에서 만든 게임이라면 국내에서 승부를 보고 이 성과가 해외로 연결되어야 정상인데, 해외에서 성공하고 와야 한국에서 팔 기회가 생긴다는 현실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게임으로 먹고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맥 빠지게 하는 일은 많다. 청소년 게임 시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도 모자라 게임중독법 공청회에서 “게임을 빼느니 마약을 빼는 게 낫다”는 발언이 버젓이 나온다. 많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열악한 개발 환경과 갈수록 심해지는 규제,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게임을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로 인정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오죽 힘이 없고 만만해 보이면 마약, 알코올, 약물과 같은 취급을 하는 걸까 싶어 서글프다”는 게 그들의 고백이다.
게임 유통의 플랫폼을 정비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만든 작은 게임들이 자유롭게 유저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한 사람만 살아남는 ‘헝거 게임’의 법칙 대신 모두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필요한 때다. 게임을 하면서까지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하겠는가.
정지은 사회평론가